“앞으로 전쟁이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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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쟁이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날까?”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8.0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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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전쟁의 미래: 인류는 어떻게 다가올 전쟁을 상상했는가 |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 조행복 옮김 | 비즈니스북스 | 560쪽

다가올 전쟁은 어디에서 발발할 것인가? 적은 어떠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가? 전쟁을 빠르게 종결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미래 전쟁에 관한 전문가들의 예측은 전쟁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전쟁학과 군사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이러한 문제에 관해 충격적인 결과와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쟁학 교수로서 연구 인생 50년 내내 골몰하였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그 해답을 함께 찾아 나간다. 광범위한 문헌을 통해 과거의 지도자, 학자, 소설가들이 미래의 전쟁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 살펴보려는 시도는 예측의 부정확성을 확인하고 오판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데서 그치려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미래를 예측한 대부분의 글이 예언하려는 의도보다는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전쟁을 막기 위해 이러저러한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하는 목적으로 쓰였듯이, 저자 또한 이 책을 통해 실제 전쟁 수행의 어려움에 대해 경고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에 덧붙여 일반적인 역사학자들처럼 갈등과 전략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쟁의 전략적 사고에 어떤 개념이 깔려 있는지, 정치적 의제가 어떻게 일어나고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함으로써 전쟁의 역사에 정치사회학적 문제를 결합한다. 연대순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현대에 이르러 어떤 분쟁은 전쟁으로 분류하고 어떤 것은 왜 사소한 갈등으로 치부하는지 등 전쟁의 정의를 다시 묻는 데까지 이른다.

지난 40년간 분쟁의 대부분은 전쟁이 아닌 내전이나 반란이었다. 우리는 주권 국가 간의 싸움만 전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50만 명의 사망자를 낸 르완다 학살 사건을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멕시코에서 마약 갱단 간의 폭력으로 죽은 12만 명 또한 전쟁 사망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전쟁의 범주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밀려난 갈등을 언급하면서 전쟁의 정의 자체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 저자_Sir Lawrence Freedman
▲ 저자_Sir Lawrence Freedman

총 3부로 구성된 내용은 19세기 중반부터 현대까지 연대순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어떻게 미래의 전쟁을 예측해왔으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살펴본 후, 실제로 벌어진 전쟁의 양상을 되돌아보았다. 그 결과 그는 지난 150년간 제대로 예측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 결정적인 전투가 되리라고 생각한 서부전선은 대포와 라이플총의 사거리 향상으로 참호전으로 고착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군사력을 얕잡아본 미국은 진주만 습격을 당했다.

저자는 군사전문가 및 국제정치학자, 소설가들이 왜 수많은 패배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기습작전과 선제공격, 최첨단기술을 맹신하고 상대 전력이나 적국의 국민적 저항을 과소평가했는지 등 전문가들이 저지른 전략적 오판과 실수의 원인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한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네트워크 정보, 인공지능, 로봇공학, 드론이 어떻게 전쟁의 모습을 바꿔놓았는지 살펴본다.

제1부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냉전 종식까지 사람들이 앞으로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상상한 내용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냉전 이후에 일어난 내전과 외부의 개입, 새롭게 부상한 갈등을 분석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사이버 전쟁, 로봇공학, 드론, 인공지능과 같이 오늘날의 미래학자와 군사전략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1부에서 저자는 소설, 영화, 군사 교본 등 다양한 출처를 바탕으로 미래 전쟁에 대한 상상을 추적하던 중 대부분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경향을 발견했다. 첫째는 속전속결에 관한 과도한 낙관주의다. 수많은 지도자가 개전 초기에 모든 전력을 집중해 단기에 적을 패퇴시키기 위한 결정적 첫 타격, 선제공격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이러한 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의 유대인 몰살, 유럽 주요 도시에 대한 공중 폭격에 이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로 이어졌다. 그러나 히틀러의 전격전이나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전술적으로 성공했으나 소련의 대반격이나 미국의 참전을 불러오는 등 궁극적으로는 치명적인 패배를 가져왔다. 이런 결정적 결점에도 불구하고 기습공격은 한 세기가 넘게 지도자들의 생각을 지배했다. 저자는 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첨단무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꼽는다. 라이플총, 대포, 탱크, 폭격기 등 첨단무기와 신기술이 전쟁의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긴 하지만,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압도적 전력에도 베트남전에서 패배하였고 소총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반군에 지금도 고전하고 있다. 적국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외세의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내부의 정치 지형이 변하거나, 의용대가 출현할 정도로 적국의 거센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는 등 기술 외적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제2부에서 다루는 1990년 이후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공산권 와해와 함께 갑자기 평화의 시기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전쟁 가능성이 줄어든 반면 아프리카와 발칸반도 등 내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고 이는 서구의 개입을 증가시켰다. 또한 테러라는 새로운 주제가 대두되었다. 1945년 핵무기가 출현한 후 미래 전쟁에 대한 예측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압도적 파괴력에 충격을 받은 전 세계가 핵무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려 했기에 핵 재앙을 피하면서도 적국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내전과 핵무기, 테러라는 복잡한 배경이 뒤섞인 시기의 상황은 전쟁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면 할수록 전쟁이 더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제3부에서는 강국 간 충돌이 되살아나는 21세기의 모습을 다룬다. 테러의 등장으로 예전처럼 전통적인 군사작전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게 되자 사이버 공격과 더불어 드론과 같은 원격살해 방식이 전술의 최전선에 올랐다. 이제 우리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내전과 반란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게 되었으며, 군인들은 버튼 하나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를 죽인 뒤 수업이 끝난 자녀를 데리러 갈 수도 있다. 앞으로 전쟁은 전면전으로 수행되기보다는 정규군과 비정규군이 혼재되어 있고 거짓정보, 가짜뉴스, 해킹 등 사이버 테러리즘이 가미된 소위 ‘하이브리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드먼은 책 전반에 걸쳐 미래 예측과 관련된 많은 함정과 편견, 착각을 매우 냉담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전쟁의 불변성에 대한 주장을 펼친다. 문명화 과정을 거쳐 인류가 폭력에서 점차 벗어났다는 스티븐 핑커의 주장과 반대로 전쟁은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작은 폭력과 범죄는 언제든지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신기술로 많은 것이 이전과 다르게 펼쳐질지라도 전쟁이 벌어지면 여전히 수많은 희생을 낳을 것이다. 평화를 꿈꾸는 낙관론자든 전쟁을 준비하는 비관론자든 간에 전쟁의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전쟁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치가, 군지휘관, 전략가들이라면 우리가 간과했던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프리드먼의 지혜를 빌려 미래 전쟁의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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