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 혁신 1: ‘뉴 노멀’이 된 온라인 교육, 질 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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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 혁신 1: ‘뉴 노멀’이 된 온라인 교육, 질 관리는?
  • 변기용 논설위원/고려대·교육학
  • 승인 2020.07.26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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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직설] 변기용의 ‘우문현답’ -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사회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한 각종 토론회가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다. 정부든 민간이든 이제 ‘코로나’란 수식어가 없는 행사 제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7월 2일 대학(전문대학) 총장들과 함께한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3차 대화”도 그중 하나이다. 여기서 제시된 교육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방안)’은 아직 기본방향 수준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발표된 최초의 공식 고등교육 정책 방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그중 필자의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1) 오프라인 대학의 ‘원격수업 비율 대학 자율 결정’ 등 원격수업을 소위 ‘뉴-노멀’로 정립, (2) 지역대학 간 교육과정 공동운영 등을 통한 지역 공유형 대학 구축 등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기존에 온라인 교육에 부과되었던 교육부의 각종 규제를 전격적으로 걷어내고, 지역대학 간 공유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의 갑작스런 입장 전환을 보면서 필자는 그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온라인 교육 질 관리 역량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로서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 질 관리 역량에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모든 규제를 일거에 없애버리는 것이 학생과 사회의 입장에서 과연 타당한지? 그렇게 할 것이었다면 과연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에 대한 규제를 이제까지 그토록 강하게 유지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육부가 제시한 온라인 수업의 질 보장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원격수업에 대한 대학의 자율적 질 관리체제 구축”이 현재로선 전부이다. 하지만 현재 학생 수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들이 과연 온라인 강좌의 질적 수준 보장이라는 정부의 공적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역량과 의지가 있을까? 물론 교육부는 여기다 “향후 원격수업 운영 일반대학에 대한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 시행 추진” 방안을 보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사이버 대학에 대해서도 그간 제대로 된 평가 인증을 한 번도 시행해 보지 못했던 교육부가, 단기간 내에 전체 일반대학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 평가 인증제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치밀한 계획과 대책도 없이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성급하게 선언하기보다는, 개별 대학의 역량과 준비도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확대를 차별적,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밟아야 할 순서가 있다. 이상에 치우치면 항상 치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과도하게 치러야 하는 법이다. 먼저 정부는 현재 개별 대학 차원의 온라인 교육의 시행과 질 관리 역량이 얼마나 갖추어졌는지에 대한 냉철하게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1) 어떤 과목을 온라인 교육으로 하고, 어떤 과목은 그래도 대면 교육을 시행해야 하는 것인지?, (2) 온라인 교육을 하더라도 과목에 따라 온/오프라인 교육의 비율은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3) 이를 위해 대학들이 보유한 시설·설비와 지원체제, 교수/학생들의 준비도에 대한 파악과 함께 이에 기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질 관리 역량이 되는 대학부터 자율을 부여하는 기본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지난 6월 19일 개최된 한국교육학회에서 중앙대 홍종현 교수는 온라인 교육의 질 보장과 관련 “하버드 대학에서는 어떤 과목이 온라인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적합한지, 그 비율은 얼마나 되어야 할 것인지 등 질적 수준을 스스로 엄격히 관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대학이 과연 하버드 대학처럼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비단 필자만이 가지는 걱정은 아닐 것이다.

학생 공동 교육체제 구축,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을 통한 ‘지역 공유형 대학’ 구축이라는 아이디어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환상에 치우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온라인 교육과정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주지하다시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그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온라인 기반 공유 교육과정”은 국가 전체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체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이라는 특성상 대상 지역의 경계는 교육부가 제시한 범위보다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지역별’로 공유와 협력을 논하기보다는 ‘기능과 주제별’로 공유를 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1) 직접 교양과목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소규모 대학을 위한 ‘공유 교양과목’, (2)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국가/언어별 공유 한국어, 역사, 교양 기초과목 개발, (3) 대학원생들의 연구방법론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공유 통계 강좌 개발 등 공유 교육과정의 개념이 적용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오히려 온라인 콘텐츠의 범람 상황 속에서 무엇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좌인지 옥석을 가려 학습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공유 교육과정의 질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있다. 이러한 질 보장은 문제의 속성상 대학 자율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현재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수행하는 대교협 혹은 별도의 고등교육 질 보장 기관(예컨대 대학교육과정평가원)을 설립하여 개별 대학(혹은 대학 간 협의체)이 개발한 온라인 강좌의 질을 평가 인증하는 역할을 맡기고, 모든 대학이 저렴한 비용으로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로 공유와 협력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립대학의 역할과 공공성 개념의 재정립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립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과 오프라인 대학 간의 역할 분담과 협업도 필요하다. 성급하게 온라인 교육을 ‘뉴-노멀’로 선언하는 것에 앞서, 현재 대학들이 처한 상황과 인센티브 구조를 감안할 때 무엇을 공유할 것이며, 누가 이런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실천적 계획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율이 대학 운영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인지, 어떠한 시점에 어떠한 수단, 방법 및 범위로 개입할 것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온라인 교육을 ‘뉴-노멀’로 선언하기 전에 교육부는 현재 자신들이 정말 개입이 필요한 영역에, 적절한 수단과 방법으로 개입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먼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변기용 논설위원/고려대·교육학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및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University of Oregon(Eugene)에서 고등교육행정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육부 대학원개선팀장, 기획담당관, OECD 사무국 상근 컨설턴트(Institutional Management in Higher Education),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교육정치학회 회장과 안암교육학회 <한국교육학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 학부교육 우수대학 성공사례 보고서1, 2』(공저), 『한국 교육책무성 탐구』(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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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 2020-07-26 21:35:49
좋은 의견,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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