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도덕적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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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도덕적 위기인가?
  •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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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

한국의 대학들이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리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리고 있으나 막상 그 당사자인 이 나라의 대학들은 아직도 잠꼬대만 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최근의 소식은 이른바 SKY 대학 중의 하나인 모 대학 부총장의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그가 속한 학과 교수들이 ‘성적조작’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 대학은 앞서 이른바 “위안부는 강제성이 전혀 없는 통상적 인육시장의 변형된 한 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서 나라 안과 밖에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모 교수를 전형적인 자기 식구 감싸기 징계인 1개월 정직으로 매듭지은 대학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또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폭행한 또 다른 SKY대학의 모 서양어 학과 교수를 면직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 당국은 아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왜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인사제도 중에는 이른바 레퍼런스 체킹(reference checking, 인격적, 윤리·도덕적 자격요건 조사)라고 하는 부문이 대개 없고 있어도 극히 형식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대학의 경우 지원자의 자격요건 중에서 학술적 자격요건(academic qualifications) 즉, 학위, 자격증, 논문, 저술 등은 비교적 형식적이나마 그런대로 규정대로 따라간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은 학술적 자격요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교수들의 윤리나 도덕적 자격요건은 대부분이 극히 형식적인 서류조사에 그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것이 이처럼 형식적인 요식행위 정도로 전락한 데에는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그간 나라의 제도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틈을 이용해 각계각층에서 적소적재(適所適材)의 인사가 아니라 ‘자기 사람’을 우선 심으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겠나 싶다. 이러한 그들의 사욕은 그간 정치, 경제, 교육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해방 이후 줄곧 이어온 잘못된 인사 관행이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관행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국민국가(nation state) 형성 이전인 부족사회적 잔재인데 세계의 지구촌화 현상 속에서 ‘경쟁력만이 살길이라’는 거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시대에 역행하는 악습이요 동시에 국제적으로 수치임을 깨달아야 할 일이다.

대학이란 곳이 지식만 취득하는 곳이 아니라 젊은이의 전 인격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인생의 골든타임을 보내는 곳인데 비록 많은 논문이나 저술적 업적이 상대적으로 다소 우월하더라도 위에 거론된 거짓 스승에게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이 나라의 대학들은 모두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이 지구촌 시대에 새롭고 걸맞은 인격적, 윤리·도덕적 자격요건을 설정해야할 뿐만 아니라 충실하고 꼼꼼한 뒷조사가 따르는 인재 등용이 있어야 하겠다. 많은 연구조사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성공하고 인류 역사에 크게 공헌하여 젊은이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사람들은 결코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자기가 자라난 환경에서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였음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실증적 자료에서 깨닫는다. 그런 인재는 결코 거짓이나 이른바 시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자적 방법이나 봐주기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나라의 대학 당국은 먼저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다시 되새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봐주기 시험으로 입학했거나 학점을 따서 얻은 학위는 가짜 졸업장이나 다름없고 그런 사람은 결코 이 나라나 이 지구촌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올곧고 성실한 다른 학생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감과 패배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직시하기 바란다.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펨부록 캠퍼스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한양대 명예 및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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