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혁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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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혁명 중
  • 주명철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역사교육과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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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나는 2015년 8월 31일에 정년퇴직한 뒤 지난해 말까지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여문책)을 발간했다. 1권부터 10권까지 “시작하면서”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면서 프랑스 혁명과 ‘촛불혁명’의 공통개념이 ‘민주주의’임을 독자에게 부각하려 했다. 특히 제9권에서는 프랑스 혁명사에 끼어든 ‘식민사관’을 지적하고, 일본식 용어를 바로 잡았다. 나는 10부작을 통해서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프랑스 왕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는 첫 사건이었다면, ‘촛불혁명’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을 마무리하는 사건임을 주장하고 싶었다.

나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논리에 반감을 가졌다. 근대화의 중요한 요소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군국주의를 추구하는 일본이 산업국가일지라도 근대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국신민 출신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는 군국주의의 변형이었고, 그가 추구하던 ‘근대화’는 폭력적 산업화였다. 그러므로 나는 일본 추종세력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했다고 확신하면서, 우리 안의 부일세력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제압한 ‘촛불혁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는 문화란 세계관·사고방식·생활방식이라고 넓게 정의하기 때문에 모든 혁명을 ‘문화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을 볼 때, 신분제를 폐지하고 민주주의 투표방식을 도입했지만, 초기에는 시민의 자격을 제한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동 시민에게도 투표권을 주었지만, 투표율이 낮았다. 게다가 프랑스 혁명은 수많은 피를 요구했다. 우리는 다수의 자발적 참여로 새 정부를 탄생시키고 적폐청산을 추진한다. 수구세력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지키려고 새 질서에 적극적으로 반발하지만 억압받지 않는다.

수구세력의 언행은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부일세력은 한술 더 떠서 일본의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한다. 그들은 일제강점기부터 깊이 뿌리내린 세력이 주입한 세계관을 바꾸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안다. 일본은 아직 우리 영토를 넘보는 군국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공연히 트집을 잡아 무역전쟁을 일으켰는데, 부일세력은 그들의 주장대로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민주세력은 수구세력·부일세력을 평화적으로 제압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촛불혁명’을 일으켰고, 그렇게 탄생시킨 정권은 반대세력이 비상식적으로 공격해도 포용한다. 그러므로 ‘촛불혁명’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다. 수구세력은 현 정권을 근거 없이 비난하고 조롱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이 독재정권 시절에 정부를 비판하지 않은 이유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요즘에야 납득한다. 그들이 불편할수록 우리나라가 민주화했음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코비드-19가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감염경로를 공개하고 낱낱이 파악하여 확산속도와 치사율을 낮추는 한국의 방역능력을 모든 나라가 인정한다. 모든 자료를 공개하니 국가 신뢰도가 어느 때보다 향상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인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잘 대응한다. 정보통신 선진국으로서 새로운 교육방식도 실험하고 있다. 코비드-19 이후의 문화혁명에 잘 대처하면서 선진국의 면모를 갖춘 우리나라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촛불혁명’을 연착륙시키리라 전망한다.
 
정부가 법치국가의 원칙을 지키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진위를 판단할 만큼 깨어있는 나라이니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화와 포용적 민주주의 문화가 우위를 다투는 중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포용성을 주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류문화로 가꾸어나가야 한다. 비폭력으로 시작한 ‘촛불혁명’을 정착시켜 편협하고 폭력적인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이 스스로 적응하는 날을 고대한다. 이렇게 느긋한 변화를 말하면서 어찌 혁명을 말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으리라. 나는 혁명이란 단기적 격변과 장기적 변화의 변증법으로 이해한다.


주명철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역사교육과

파리 1대학에서 다니엘 로슈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문화사학회, 역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종신회원,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대서사의 서막』, 『1789』, 『진정한 혁명의 시작』, 『1790』, 『왕의 도주』, 『헌법의 완성』, 『제2의 혁명』, 『피로 세운 공화국』, 『공포정으로 가는 길』, 『반동의 시대』(프랑스 혁명사 10부작), 『바스티유의 금서』(이후 『서양 금서의 문화사』로 재출간), 『지옥에 간 작가들』, 『파리의 치마 밑』,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계몽과 쾌락』,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등이 있고, 앙시앵레짐과 프랑스 혁명 관련 책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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