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파행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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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파행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 고부응 중앙대·영문학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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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 대학지성 in&out 기획 칼럼]_ 위기의 대학 ⑩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율적 공동체인 대학은 교양교육을 통한 지적 자원의 공급원으로 그리고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보루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시장논리가 대학에 확산되면서 대학(교육)은 물질주의에 빠지고 반(反)지성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에 휘둘린 채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고 피폐해진 오늘의 한국 대학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대학이 나라의 미래를 만든다. 대학이 변해야 교육이 살며, 대학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교수노조는 대학의 공공성, 민주화, 그리고 교권 확립을 위해 대학현장의 차별, 탄압, 비리 등 부정의(不正義) 사례를 고발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학지성 In&Out>과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은 2020년 5월 10일부터 ‘위기의 대학’이란 이름의 칼럼을 공동으로 기획하여 현재 한국의 대학에 만연해 있는 파행적 대학 운영을 고발하면서 각각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기획의 머리말에서 제시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장으로서의 대학은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하나이고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뜻한다.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세상의 근본 원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대학이고 그러한 장이 대학이다. 대학의 목적이 학문이 아니라 돈벌이라면, 서로 도우며 학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편을 갈라 서로 미워하는 구조를 만들어 서로 물어뜯게 한다면, 구성원들 스스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이 교수와 학생을 관리하고 지배한다면,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나 이런 장소는 대학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일들이 한국의 많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대학은 이름만 대학이지 제대로 된 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국공립대에서도 총장의 전횡, 그리고 대학 운영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 등의 문제가 있고 이런 일들이 대학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대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법인의 학사 운영 개입과 법인을 등에 업은, 또는 법인과 일심동체인 총장의 전횡적 대학 운영이 대학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동안 공동기획 칼럼을 통해 고발한 경성대나 한세대의 경우를 보면 불법부당한 인사, 교비 유용, 불법적인 구성원 징계, 부당 전보 등 온갖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 법인이 직접 대학 운영에 개입하여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기도 하고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을 준수하지 않기도 한다. 경성대에서는 정관과 학칙을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총장 직속 통치 체제를 구축하는가 하면 이에 항의하는 교수협의회 회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하고 교수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해서는 기준 없이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이런 인사 전횡이 불법적이고 부당하다는 사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총장이 주도한 해임과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니 복직시키라는 결정에서 확인된다). 한세대에서는 아무런 기준 없이 대학의 인사, 행정, 재정을 총장이 독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이른바 쪽지 인사, 묻지마 연봉이다.

총장, 그리고 총장을 앞세운 법인 이사장의 이런 만행은 경성대나 한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대학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짓들이 불법적이고 부당하다는 사실 역시 대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안다.

비리와 교비 횡령 등 불법 행위, 그리고 이어진 법적 처벌로 대학 경영 자격이 없음이 확인된 자들이 이러저러한 법의 틈새를 비집고 다시 대학을 장악하여 대학을 나락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의 파행 운영 양상이다. 김포대가 그렇고 청암대가 그렇고 신경대가 그렇고 경주대가 그러하다. 이런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대학이 많이 있을 것이다.

김포대는 과거 교육부의 감사 결과 불법 운영이 확인되어 이사진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종전 이사의 이사 선임 권리를 인정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책으로 비리 재단이 복귀하였고 다시 파행을 일으키고 있다. 김포대 법인은 학교 시설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건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대학의 구성원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본부 측이 주도한 입시 비리에 교직원들이 가담한 일이 있었다. 행정 체계의 지시를 따른 것이기도 하고 애교심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포대 법인은 이를 빌미로 다수의 교수와 직원들에게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본부의 정책에 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교수와 직원을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순천의 청암대에서는 비리로 징역형까지 받은 전 이사장이 형기를 마치고 나서 대학 경영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도 대학 운영에 개입하여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상적으로 선출된 총장을 면직하였다. 퇴출된 비리 법인의 대학에 대한 재장악 시도의 흔한 사례인 것이다.

사학 비리의 대표적인 범법자 이홍하가 앞서 세운 대학의 교비를 전용하는 수법으로 설립한 화성의 신경대학교에서는 비리 법인 그 자체가 악화시킨 대학 재정을 일부 정상화한다는 약속을 걸고 다시 비리 법인이 대학에 대한 재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인 경주대에서도 역시 비리 법인의 복귀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 운영을 돈 벌기 위한 사업체 운영으로 생각하는 대학 사업자들이 현재 있는 법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다시 사업체 주인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대학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학 법인은 고수익 저비용 원칙에 충실하다. 이런 원칙을 잘 적용하는 예가 산학협력의 이름으로 대학 자체를 기업을 위한 인력 창출 수단으로 설정하고 대학 자체가 기업이 되어 수익을 추구하면서 산학협력단 소속 비정년 전임 교수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산학협력단 비정년 트랙 전임 교수 활용은 적어도 삼중으로 야비하다. 대학의 목적인 근본 학문과는 거리가 먼 돈이 되는 학문을 대학의 본령으로 끌어들이면서 일반 정년 트랙 교수의 반 정도 되는 인건비로 비용 절감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전임교수란 이름을 내걸어 교원확보율은 높이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이런 삼중의 야비한 산학협력단 소속 비정년 전임 교수 활용은 더 근본적인 면으로 보면 대학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한다. 대학의 뜻 자체인 학문공동체로서의 대학의 공동체적 특성, 즉 서로 도우면서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대학을 갈기갈기 찢어 놓기 때문이다. 정년 트랙 교수는 비정년 트랙 교수를 무시하고 비정년 트랙 교수는 정년 트랙 교수를 미워하며,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와 강의전담 교수들은 서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려고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학생들은 정년 트랙 교수들은 제대로 된 교수라고 인정하지만 비정년 트랙 교수들은 열등한 교수라고 생각하는 상황을 조장하게 된다.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을 무시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교육에 관심 없는 곳을 대학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기획에서는 중부대의 경우가 소개되어 있지만 이런 비정년 트랙 교수의 문제는 국공립대학을 포함하여 모든 한국의 대학에 만연되어 있는 현상이며 이는 대학 자체가 정상적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대학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부의 교육 정책과 대학 정책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정부가 무책임한 시장 논리로 대학 사업을 무분별하게 허가한 결과로 지금 현재 많은 지역 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다.

입학정원을 확보하기 어려워 폐교 위기에 몰린 대학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시장 원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런 대학들은 저절로 문을 닫게 내버리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믿고 있다. 폐교 대상이 되는 대학의 학생, 교수, 직원 역시 잘못된 대학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그 책임은 자기가 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사실을 들여다보면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대학의 폐교 위기는 우선은 인구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의 설립 허가를 남발하여 대학 업자의 돈벌이 길을 열어준 정부의 책임이다. 학생이 많아지던 시절에 학생의 등록금으로 교비도 빼돌리고 땅도 사서 부를 축적했던 대학 사업자들이 이제는 학생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고의로 대학을 폐교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이런 대학에는 법인의 비리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그런 비리는 잘 알려지지도 않지만 알려져도 그 처벌은 미미하다. 반면, 그런 비리 대학의 학생과 교수와 직원이 떠맡는 처벌은 망가진 삶이 되어 버린다. 재학 중에는 전공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졸업 후에는 모교가 없는 대학졸업생이 되어 버린다. 교수와 직원은 새로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업자가 되어 버린다. 특히나 교수는 대학 교육 이후 적어도 7~8년을 더 교육받은 후에야 박사라는 대학 교원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이다. 폐교 대학의 교수는 개인으로서는 전직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고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는 교육 및 학문 분야의 고급 인력이 폐기처분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비리는 법인과 이사장이 저지르고 처벌은 해당 대학의 학생, 직원, 교수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받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사립학교 이사장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정부 관료들이 대학 사업을 통해 쌓은 재산을 사립대학 이사장들에게 돌려주거나 지키게 해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이런 의심이 단지 의심일 뿐임을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길은 교육부가 나서서 지역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비리로 얼룩진 대학의 법인은 그 법인과 법인의 책임자인 이사장을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사장에게 피해를 입어 왔던 대학의 구성원을 구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을 정부가 인수하여 해당 지역의 국립대학에 편입시키면서 평생교육 기관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사립대학에서 비리 법인을 퇴출해야 한다. 방법이 문제가 아니다. 재정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의지가 문제다.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등교육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성과 경쟁을 끝내야 한다. 서로 도우며 가르치고 배우는, 돈이 되는 특정 분야의 지식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보편적 지식을 추구하는, 참 진리를 위해 헌신하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복원해야 한다.


고부응 중앙대·영문학

중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논문상(2015),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 1998)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대학의 기업화: 몰락하는 대학에 관하여>(2019, 학술원우수학술도서), <초민족시대의 민족정체성: 식민주의·탈식민 이론·민족>, <탈식민주의: 이론과 쟁점>(2004, 학술원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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