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서 어떤 수학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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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서 어떤 수학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까?
  • 이광연 한서대학교·대수학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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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한국사에서 수학을 보다: 우리 역사에 숨은 수학의 비밀』 (이광연 지음, 위즈덤하우스, 304쪽, 2020.06)

인류의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또 과거의 어떤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의문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데, 그런 의문을 풀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특히 한반도에서 5,000년을 이어온 우리는 나름대로 역사에 강한 자부심과 뚜렷한 발자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역사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든 제도, 언어, 놀이, 발명품, 건축물 등에는 다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다양한 수학이 숨어 있다. 그리고 역사를 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정치가는 정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의 눈으로, 경제학자는 세계 경제의 흥망성쇠의 측면에서, 과학자는 문명과 문화의 창달을 위해 인류가 어떤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는지에 역점을 두고 역사를 바라볼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자는 역사를 어떤 눈으로 볼까? 또 역사의 한 장면에서 수학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비단 우리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는 생동하는 수학적 산물들이 즐비하며, 때로는 갑자기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오늘날의 우리들과 역사 속의 사건들이 수학적으로 얽혀 있다는 느낌마저 주기도 한다. 그것은 분명히 인류의 역사 속에 수학적 내용과 사고방법이 투사되어 시공을 초월하여 극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환웅이 삼위태백으로 내려올 때 천부인 3개를 가지고 3,000명을 이끌고 내려왔다. 웅녀는 3, 7일 만에 사람이 되었고, 단군은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1,908세에 산신이 되었다. 여기 등장하는 수들은 모두 3이거나 3의 배수이다. 왜 이렇게 3을 많이 사용했을까?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 전통 음악은 12율인데, 이것은 삼분손익법으로 완성되었다. 이때 3을 기준으로 복잡한 계산을 해야 정확한 음률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깊은 감동적인 순간을 꼽자면 세종대왕께서 수학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위하여 밤새워 수학을 공부한 세종대왕의 위대함과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의 죽음이었다. 만약 효명세자가 요절하지 않고 왕위에 올랐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일제강점기도 없었고 오늘과 같은 분단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그럼에도 필자에게는 그의 요절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국사에서 수학을 보다》는 한국사의 20가지가 넘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중심으로, 우리 조상들이 수학의 지혜를 발휘해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문과생에게는 지금껏 몰랐던 수학의 매력을, 역사를 지루해하는 이과생에게는 인문학적 교양을 제공하고,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통합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심는 데 꼭 필요한 이 시대의 콘텐츠가 되길 희망하며 완성하였다.

우리나라는 5000년을 이어왔기 때문에 역사의 폭과 내용은 방대하고 깊어 역사의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모두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한국사에서 수학을 발견하는 책을 완성하기는 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고, 과연 지금 이대로 책으로 출판해도 될지 고민이 생겼다. 조금 더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고 싶었고, 더 많은 수학적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욕심이 커짐에 따라 원고의 분량은 늘어났지만, 독자들이 이해하기 더 어려워지고 지루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 분야에 대하여 잘 모르면 어떤 내용이 중요하고 좋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없고, 그 분야에 대하여 너무 잘 알면 많은 내용을 더 상세하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역사에 정통하지 않은 필자는 이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글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실 한국사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학이 보인다. 백제 개로왕은 너무 좋아한 바둑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조선 시대 세종은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수학을 공부했다. 사임당 신 씨는 8폭 병풍에 온갖 풀과 곤충을 그려 넣고 수놓았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었던 이상설은 직접 수학책을 만들었다. 세종, 사임당 신 씨, 이상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 속에 흥미로운 수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려와 조선 시대에 살았던 수학자들은 중국의 수학책을 들여와 외우고 익혀 제도와 생활 전반에 활용했다. 이들이 공부한 수학책과 공부 방법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늘날 우리가 공부하는 수학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쉽게 들어보지 못한 우리 역사에 숨은 수학의 비밀을 파헤쳐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고려 시대 사람들은 ‘하나, 둘, 셋’을 어떻게 발음했을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문자를 쓰고 있을까? 또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언제 처음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등등 흔하게 접해 보지 못한 한국사와 관련된 수학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계림유사》에서 고려인의 수읽기와 《훈민정음언해》를 통해 한글이 어떤 수학적, 과학적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고, 《산술신서》에 나타난 인도-아라비아 숫자 관련 내용 등도 소개하였다. 또한 독자의 역사적, 수학적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 다양한 사진 자료와 수학 이미지 등이 풍부하게 구성하여 시각적으로 읽는 재미도 있도록 편집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 역사를 더욱 흥미롭고 즐겁게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수학이라는 창을 동원했다. 비록 수학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렵다고 외면당하고 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흥미로운 수학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또 재미일 것이다. 더욱이 역사적 장면들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단하고 단순한 수학으로 설명한다면 한국사뿐만 아니라 수학까지도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다. 즉, 수학으로 한국사를 읽어간다면 역사를 알아가며 수학을 배울 수 있고, 또 수학을 공부하며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일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수학을 엮기 위하여 밤새워가며 고민하기는 했지만, 독자들이 보기에 어리석거나 무리한 연결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졸필이지만, 독자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순간에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고, 또 수학으로 인하여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가볍게 소개했구나 하는 정도로 필자를 이해해주길 기대한다.


이광연 한서대학교·대수학

성균관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고,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7차,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2017년 12월에 교육부 학습자 중심 교과서 체제 마련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어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시네마 수학》, 《수학, 세계사를 만나다》,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 외에도 많은 책을 통해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 없어서는 안 되는 수학’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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