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을 덮친 4가지 충격, 반등을 위한 일본의 마지막 선택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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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을 덮친 4가지 충격, 반등을 위한 일본의 마지막 선택과 한계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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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팽창을 향한 야망과 예정된 결말 | 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428쪽

이 책은 롤러코스터 같은 일본의 지난 100년간 흥망성쇠의 궤적을 보여주고 21세기에 맞닥뜨린 문제를 분석한다. 80년대 후반에 전 세계 부의 16퍼센트를 차지하며 경제대국으로 번영과 권력을 양손에 거머쥐었던 일본이 어떻게 쇠퇴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제3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이를 반등시키기 위한 현재 일본의 행보를 분석하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해본다. 또 동맹국인 미국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미국의 손꼽히는 동아시아 국제전략분석가인 저자는 이론과 보고서만으로 일본에 접근하는 여타 국제관계전문가와 달리 30년 가까이 일본에 살면서 유력 정치인부터 평범한 대학생까지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왔다. ‘진짜 일본’의 모습에 대한 한 단계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일본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혜안을 던지고 있다. 전략분석가로서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각과 이방인으로서 일본사회를 내부에서 오랫동안 관찰한 경험을 결합한 이 책은 일본의 변화 방향과 원인, 내적 논리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장
▲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장

저자는 21세기 일본이 맞닥뜨린 4가지 충격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과 전망을 시도한다. 첫 번째 충격은 리먼 쇼크였다. 버블 붕괴 후 오랜 후유증에 시달린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조심스럽게 경기 회복의 희망을 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2008년 리먼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파가 일본을 덮친다. 저자는 비대한 경제 규모, 조직화된 기득권의 저항,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일본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모델 등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 요인들이 과거에는 일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번째 충격은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사건이었다. 대중적 지지를 받았던 ‘카리스마적’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자민당은 구태의연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실망한 국민들은 2009년 마침내 자민당 지배체제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처음으로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은 시작부터 경험과 수권 능력의 부족함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일본대지진의 대응 실패는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결정타는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이었다. 3년 만에 민주당은 자멸해버리고, 야당은 분열되어 자민당의 독주는 더욱 공고해졌다. 오직 상대방을 좌절시키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 관료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재포크라시’, 정치인들이 전문성 없이 각료를 돌아가며 맡는 ‘가라오케 민주주의’ 등 일본 정치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영웅적’ 정치인만을 기대하며 새로운 변화를 압박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책임 회피 현상까지 폭넓게 다룬다.

세 번째 충격은 센카쿠 열도 분쟁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탈아’한 유일한 일류 국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급성장은 아시아의 리더이자 맏형이라고 자부해왔던 일본인의 현실 인식에 균열을 만들었다. 정치적 위상에서 중국은 이미 일본을 추월한 지 오래이고, 한국 역시 경제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을 꼽는다.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중국에 무력하게 굴복한 일본은 더이상 아시아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었다. 그 결과, 외교안보에 관한 일본의 접근법이 전환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마지막 네 번째 충격은 동일본대지진이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을 덮친 최악의 삼중재난이 발생한다. 규모 9.3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을 덮쳤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까지 휩쓸면서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 일본은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지만 경제적 피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 국민의 심리적 상처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

저자는 원전 사고가 그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코미디로 보였을 촌극으로 가득했다고 평가한다. 총제적 인재로 드러난 원전 사고의 전말은 관료주의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버렸고, 일본이라는 ‘안전 신화’는 해체되었다. 삼중재난은 일본 국민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다주었다. 국가에 대한 신뢰와 국민 정체성에 관한 일본인의 자부심을 산산이 깨뜨린 것이다.

저자는 현재 일본이 팽창과 성장에서 수축과 쇠퇴로 넘어가는 전환점 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아베 정권의 마지막 몸부림으로는 수축과 쇠퇴로의 거대한 전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다시 탄생하기에 너무나 비대하고, 개혁하기에는 너무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마지막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저자의 분석과 전망은 우리에게 반일과 친일의 문제를 넘어 국가 성장과 비전에 대한 통찰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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