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40년 사회민주주의 절정기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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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40년 사회민주주의 절정기를 돌아본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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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서구 사회민주주의의 배신 1944~1985 | 이언 버철 지음 | 이수현 옮김 | 책갈피 | 472쪽

한국도 의회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고, 거대 양당 사이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정의당이 제3당으로 성장했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사회 불평등, 차별과 착취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진보 정당이 더 성장하고 집권하기를 바라며 진정한 사회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 정당이 더 성장하고 집권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또 그로부터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사회에서 이끌어 낼만한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두 가지 주요 주제에 집중한다. 첫째는 사회민주주의 형태의 개혁주의가 아직도 엄연히 살아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둘째로 사회민주주의의 지속적 영향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좌파가 그것에 굴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의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역사를 추적해서, 그들이 계급투쟁에서 어떤 구실을 했는지를 보여 주고 결국 누구의 이익에 봉사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논쟁, 즉 기존 질서의 틀 안에서 그것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분쇄하고 새로운 질서를 건설할 것인지 하는 논쟁은 사회주의 사상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단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체제인 자본주의 자체가, 개혁을 위해 투쟁하고 개혁을 쟁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논쟁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사회주의를 성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회주의를 건설하려고 하는지 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은 사회민주주의의 절정기였다. 1945년부터 1985년까지 서구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여러 나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단독으로 또는 연합해서) 정권을 잡았다. 또, 이 시기에 노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엄청나게 분출한 투쟁부터 1956년 헝가리 혁명, 1960년 벨기에 총파업, 1968년 프랑스 대중 파업, 1974~1975년 포르투갈 혁명을 거쳐 1984~1985년 영국 광원 파업까지 계속해서 투지와 잠재력을 보여 줬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의 눈으로 이 시기 사민당과 공산당이 어떤 궤적을 밟았는지,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이 벌어졌을 때 이들은 어떤 구실을 했는지, 유럽의 심장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노동자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등 복지국가 신화의 진정한 교훈은 무엇인지 따져 본다.

특히 이 책은 전후 장기 호황과 그 후 경제 위기 시기, 국제적으로 스탈린주의가 쇠퇴하는 과정 등 세계 정치 경제 상황,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사건들과 이들의 행보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 준다. 즉, 나라별 상황과 특징을 그저 낱낱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을 보여 줌으로써, 이들이 부침을 겪으면서도 탄력성을 보이며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 원리를 이해하게 해 준다.

또 정당 지도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저항운동, 특히 노동운동의 고조에 따라 그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또 어떻게 그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정당과 지지자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게 해 준다. 서구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공산당의 역사를 돌아보며 특히 두 정당이 서로 경합하며 상호작용하던 이 시기에서 교훈을 이끌어 내는 이 책은 진정한 사회 변화를 바라며 현재 우리가 마주한 물음에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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