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혁명의 연속과 현재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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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혁명의 연속과 현재를 들여다보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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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동아시아 혁명의 밤에 한국학의 현재를 묻다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근대한국학 연구소 지음 | 논형 | 558쪽

현재 한국학은 동아시아와 전지구적 지평으로, 식민지를 겪은 지역 간 비교사적 관점으로, 소수자의 삶과 경험의 기록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응답이자, 중층적으로 구성되는 ‘한국학’의 내·외재적 역동성 속에서 한국학의 실천적 지점들을 고민한 결과를 담았다. 책 속에는 한국학이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된 첨예한 논점과 신선한 연구 주제들이, 세계 각지에서 온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의 대표 논자들의 책·글·말을 통해 펼쳐진다. 때로는 진중하게 읊조리듯이, 때로는 날카롭게 논쟁하듯이 각각의 연구를 연결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의 최신 논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혁명의 밤」에서는 3·1운동 및 5·4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사적 관점에서 3·1운동을 조명하면서도 혁명 내부의 여성의 자리와 무명의 동력을 함께 비추려고 했다. 이를 위해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돌베개, 2019)과 천핑위안의 『역사 다루기와 5.4 운동의 진입』(북경대출판사, 2018)의 두 저작을 각각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이와 함께 3·1운동의 중층성을 ‘공화주의’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3·1운동에 대한 역사 사상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이기훈의 논문「3·1운동과 공화주의」를 수록했다.

제2부 「복수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서는 혁·명이 일어나는 순간은 식민주의의 폭력·봉기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식민주의를 제국주의 및 인종주의 논의와 관련시켜 살펴보는 두 저작을 소개했다. 먼저 ‘복수의 제국주의’를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사유하기 위해 고마고메 다케시의 『세계사 속 대만 식민지 지배』(이와나미쇼텐, 2015)에 대한 소개글을 실었고,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의 관계성을 사유하기 위해 후지타니 다카시의 『총력전 제국의 인종주의』(이경훈 역, 푸른역사, 2019)에 대한 소개글을 실었다.

제3부 「혁명과 재일조선인의 기록」에서는 혁명의 기록에서도 다시금 주변화되기 쉬운 존재들의 경험을 사유하기 위해서 ‘재일조선인’ 연구에 대한 최근의 성과를 소개하면서 혁명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먼저 오키나와인과 재일조선인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오세종의 『오키나와와 조선의 틈새에서』(소명출판, 2019), 코리안 아메리칸이면서 재일조선인 연구를 하는 크리스티나 이의 『언어의 식민화: 근대 일본과 한국의 문화생산과 언어정치』(컬럼비아대학출판사, 2018), 재일조선인 문학 중 여성의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송혜원의 『‘재일조선인 문학사’를 위하여: 소리 없는 목소리의 폴리포니』(소명출판, 2019)에 대한 소개를 실었다. 이를 통해, 재일조선인 내부의 중층성과 일본에서 주변화된 존재들 사이의 갈등 속에서 재일조선인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려 했다.

제4부 「사회주의 지식인의 혁명과 제국의 시선」은 동아시아의 혁명, 사회주의,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라는 여러 교차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는 네 편의 논문으로 구성했다. 박노자는 「1920·30년대 한국 사회주의 지식인들이 본 실학과 다산」이라는 주제로 민족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정약용과 실학을 바라보는 입장을 서술했다. 정대성의 논문 「신채호의 사상에 내재한 서양근대철학의 언어들」은 ‘자유, 평등, 민중, 혁명’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채호의 사상을 검토하고, 그의 민족주의 사상에 내재하는 서양근대철학 및 언어와의 관계를 살펴본다. 조형열의「1930년대 조선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의 민족이론 수용 양상과 민족 형성에 대한 해석」은 1930년대 조선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의 민족이론을 수용하는 양상과 민족 형성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사회주의가 민족주의를 대면해 온 역사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유정의 논문 「러일전쟁과 미국의 한국 인식: 잭 런던의 종군 보도를 중심으로」는 제국주의의 팽창이 극에 달했던 20세기 초,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던 미국의 대중작가이자, 종군기자의 삶을 살았던 잭 런던의 러일전쟁 기록을 통해 그가 꿈꾸었던 혁명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4장에서는 전지구적 혁명의 소용돌이 안에 사회주의, 인종주의,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층위의 역학관계를 조선이라는 공간을 통해 고찰해보고자 했다.

제5부 「동아시아의 혁명의 연속과 현재」는 우카이 사토시와 백영서의 대담 및 질의응답 녹취록을 담았다. 우카이 사토시의 『저항에의 초대』(그린비, 2019)와 백영서의 『백년의 변혁』(창비, 2019) 두 저작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재 속에서 ‘혁명의 전통’의 차이와 변화를 논의했다. 당시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관계에 대한 견해를 듣는 것으로 시작해 ‘혁명적 전통과 반혁명의 발생’과 ‘장기 20세기 동아시아 변혁’이란 두 키워드를 통한 혁명에 대한 역사적 조명, 3·1운동에 대한 한국의 촛불과 일본의 최근 정치상황을 기반으로 한 현재적 평가, 일본에서 대두되는 ‘혁명과 타자의 문제’와 중국에서 대두되는 ‘식민지와 반식민지 속 혁명의 문제’, ‘한계시민’과 ‘연동하는 동아시아’ 개념을 통한 포퓰리즘 비판, 혁명과 타자의 문제와 역사적 다시쓰기의 의미, 번역의 사건과 소통의 가능성에 이르는 다채로운 주제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이후 청중석에서 다른 세대의 감각과 문제의식을 담은 열띤 질의가 이어졌고, 그 질문도 가감없이 책에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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