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지구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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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지구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 조규성 KAIST·원자력공학
  • 승인 2020.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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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지구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 각종 감염증, 미세먼지, 이상기후 등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자초한 결과
-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영국 대중에게 원자력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 만든 지침서

■ 역자가 말하다_ 『환경주의 생물학자가 바라본 WHY 원자력이 필요한가』 (마이클 H. 폭스 지음, 조규성 옮김, 글마당, 543쪽, 2020.05)

19세기 후반 이후 인류는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인구수가 대량 증가하면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해왔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함으로써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고, 그 산물로서 기록적인 폭염, 폭설과 한파, 국지적인 폭우와 가뭄, 연이은 태풍 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 기후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기후학자들과 환경학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또한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사스,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의 팬데믹 현상과 중국과 인도, 한국의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발생 등 막대한 희생을 초래하는 생태 환경적인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수십 년 이내에 인류가 맞닥칠 가장 큰 문제는 지구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 환경 파괴와 인간을 포함한 생명종의 대량 멸종 위협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유럽과 북미 등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들에서는 인구 증가가 주춤하며 제조업이 이탈하고 있어 에너지의 사용량 증가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4차 산업과 전기 자동차 확대 등으로 전기 수요가 또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환경을 중시하는 정책들과 함께 석탄의 사용량 증가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며,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겠지만 이와 더불어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한편 향후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증가량은 세계 인구의 80%가 살고 있는 비OECD 국가들의 성장 즉 산업화 추진에 기인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화에 꼭 필요하며 인간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인류 최대 발명품인 전기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값이 싼 석탄 발전소가 주가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소를 계속 활용하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탄소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이라는 방안이 제안되었지만, 에너지 효율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상용화는 요원한 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를 줄이지 않는 이상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삶의 질을 후퇴시키거나 저개발국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전기는 필요하다. 따라서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줄이면서 대량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인류의 가장 시급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현 상황 속에서 왜 원자력이 필요한가를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35년간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세포생물학과 방사선생물학을 가르쳐온 마이클 폭스 교수이다. 그는 시에라클럽, 자연보호협회, 세계야생생물기금, 국립야생생물연맹 등 다양한 환경보호단체들의 오랜 회원이자, 콜로라도 산속 오두막 별장과 포트 콜린스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까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정도로 열렬한 태양에너지 지지자이다.

▲ Ivanpah Concentrated Solar Power (CSP) Plant in Mojave Desert, CA
▲ Ivanpah Concentrated Solar Power (CSP) Plant in Mojave Desert, CA

그러한 저자가 미국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첫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위치와 전력 수요 도시 위치의 불일치에 따른 전송선의 필요성, 둘째, 신재생에너지의 무작위적 간헐성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 시간의 불일치는 전기 저장 장치를 필요로 하나 현실적으로 대용량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점, 셋째,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밀도의 에너지원이므로 넓은 설치 면적의 필요성과 이로 인한 환경 파괴적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성으로 인해 신재생 전기는 일부 시간대에 조금 기여할 수 있을지라도 근본적으로 석탄과 천연가스를 대체할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전력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 Woolf Creek Nuclear Power Plant (NPP) in Kansas
▲ Woolf Creek Nuclear Power Plant (NPP) in Kansas

저자는 미국 캔자스 주 울프크리크 원자력 발전소 견학기를 통해 원자력 발전(원전)은 온실가스의 배출이 거의 없어 환경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과 대도시 주변에 설치 가능하고, 80년 이상 운영할 수 있으므로 발전 원가가 석탄과 비슷한 정도로 낮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최대국인 미국의 경우 600여 개 이상의 현 석탄 발전소들을 150~175개의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로 대체함으로써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 현재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은 석탄을 거의 대부분 퇴출시키고 원전을 도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의 확대에 대한 현실적 문제는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두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 많은 대중과 특정 정당들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높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9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중이 거부하는 이유는 만에 하나 원자력 사고가 일어날 경우 누출되는 방사선에 대한 과다한 공포심이다. 하지만 이 공포심은 전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담들과 언론 매체의 비사실적 과장 보도들 때문이다.

방사선은 암을 유발할 수 있지만 과다하게 노출될 때만 그러하며 선량이 낮을 때는 진화과정을 통해 세포가 스스로 해결하는 기작이 있다는 것이 방사선 생물학의 기본 원리이다. 두꺼운 격납용기가 없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 경우에도 주민들의 과다 노출은 거의 혹은 전혀 발생하지 않아서 지역주민들의 실제 피폭량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었다. 저자는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60만 명의 사고 처리자 중 자연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10만 명이란 수치에 방사선에 기인한 4천 명의 추가 암 사망자가 발생가능하다는 유엔의 자료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 계산법은 소위 선형 비문턱치(Linear non-threshold) 가설에 기인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전기는 반드시 필요하며, 통계자료에 의하면 발전소 사고 확률과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 등 다른 대안들에 비해 원자력 발전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한 발전 방식이다. 그러기 때문에 원전 사고가 있었던 일본, 러시아,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30여 개 국 이상이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해 해답이 없다는 원자력에 대한 두 번째 괴담에 대해 저자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성된 핵폐기물에 대해 미국의 군사용 영구 처분 시설에 대해 설명하면서 안전하게 처분한 경험이 있음을 설명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의 라아그 재처리 공장 및 재활용 공장 방문기들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는 폐기물이라기보다는 재활용 가능한 연료이며 미국도 이러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이 석탄 발전을 원자력 발전으로 전환하기 위해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영국 대중에게 원자력에 대한 사실적 자료와 과학적 이론을 제시하여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기 위해 만든 야심찬 지침서이다.


조규성 KAIST·원자력공학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석사, 美 UC Berkeley 원자력공학과 박사. 美 Lawrence Berkeley Lab과 Los Alamos National Lab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현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로 있다. IEEE Nuclear Science Symposium 학회장과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KAIST KI-IT융합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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