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철학자, ‘동물’의 삶으로 ‘인간’의 가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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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철학자, ‘동물’의 삶으로 ‘인간’의 가치를 논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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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은 소중하지만 평등하진 않다
- 내 인생은 돼지의 삶보다 가치 있는가?
- 무엇이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가?
- 오직 이성과 논리로 파헤친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가치

■ 깊이 읽기_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사람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을 위하여』 (셸리 케이건 지음, 김후 옮김, 안타레스, 512쪽, 2020.06)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를 통해 ‘죽음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를 탐구했던 ‘죽음’의 철학자 예일대학교 셸리 케이건 교수가, 이번에는 동물윤리 한복판에 뛰어들어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통해 ‘동물의 삶’과 ‘인간의 자격’을 역설한다. 이 책은 케이건 교수가 옥스퍼드대학교 우에히로 실천윤리 센터(Uehiro Centre for Practical Ethics)의 초청을 받아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한 것으로,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의무론적 ‘권리’ 그리고 윤리적 ‘공존’에 관해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읽힌다. 하나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사는 ‘윤리적 공존’을 모색하는 작업이며, 다른 하나는 지구상에 가장 월등한 존재로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다. 오늘날 동물윤리 분야의 지배적 견해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는 동시에, 사람과 동물의 도덕적 차이를 철학적으로 살핌으로써 ‘무엇이 인간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지’ 곱씹게 한다. 대표적인 현대 철학자답게 신념과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직 이성과 논리로만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가치를 파헤친다.

동물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다. 동물을 윤리적 틀 안에서 도덕적 존재로 헤아리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오직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동물윤리는 동물에 대한 사람의 윤리적 책임을 다루는 도덕철학의 한 분야다. 또한 모든 윤리학이 그렇듯 동물윤리 역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인류의 자유, 평등, 권리, 복지 등이 모두 그렇게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제껏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도덕 이론을 동물로까지 확대해 적용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입장을 취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도덕적 지위가 동물의 삶에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동물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와 같은 논점들을 살펴야 하며, 이에 답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의 고통과 동물의 고통은 같은가?”, “인간이면 누구나 똑같이 사람인가?”, “동물보다 못한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람과 동물의 도덕적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데 이 모든 질문은 결국 동물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들을 누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무엇이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가?”

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이 책에서 셸리 케이건 교수는 아예 처음부터 자신의 관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다음 논증을 시작한다. ‘도덕적 입장(moral standing)’을 가진 존재는 마땅히 도덕적 헤아림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모든 개체가 동일한 ‘도덕적 지위(moral status)’를 갖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도덕적 지위는 동물보다 월등히 높으며 동물들 사이에서도 각각 다르다. 이른바 ‘계층적(hierarchical)’ 관점이다.

그러나 누구든 직관적으로 당연하게 여길 것 같은 이 관점은 동물윤리 분야의 주류가 아니다. 오늘날 동물윤리를 지배하는 견해, 즉 ‘철학적 관점’은 “사람과 동물은 동등하다”는 입장이며, 케이건 교수는 이 관점을 ‘단 하나’의 도덕적 지위만을 인정한다고 해서 ‘단일주의(unitarianism)’라고 부른다. 그는 인간 사회의 도덕 이론을 동물에 적용한 단일주의자들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동물윤리 분야가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 또한 이들의 잘못된 관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견해가 “동물을 사람과 같이 헤아려야 한다”는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괴상한 논리로 발전해 공론을 이끌어내기는커녕 분열만 야기하고 있다. 케이건은 “수많은 동물의 특성을 ‘헤아리지’ 못한 채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도덕 관념 하나로 상황을 판단해선 안 된다”며 “동물을 나눠 보지 않으면 개는 가족처럼 대하고 소는 잡아먹는 우리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

“도덕적 입장을 가진 존재는 도덕적 헤아림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우리는 해당 존재가 ‘도덕적 입장’을 취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케이건 교수는 “고통은 고통(Pain is Pain)”이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지각 능력(sentience)’, 즉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는 도덕적 입장을 갖는다”는 단일주의의 기존 견해를 소개한 뒤, 이 능력은 도덕적 입장 설정의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통이나 쾌락은 해당 개체만이 느낄 수 있는 주관적 경험이므로, 지각 능력은 이를테면 학대당하는 고양이를 보고도 그저 몸부림칠 뿐이지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개념이 못된다. 그래서 해당 개체가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지의 여부는 케이건 교수가 ‘행동 능력(agency)’이라고 명명한 개념을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행동 능력은 스스로의 의지와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을 말하며, 우리가 해당 개체의 행동 양상만 관찰하면 도덕적 입장의 확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는 나아가 사람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을 비교하면서, 사람인 우리가 동물보다 더 가질 수 있는 ‘좋은 것들’에 관해 고찰한다.

사람과 동물은 평등해야 하는가

이 책 전반에서 케이건 교수는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모든 존재는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는 ‘단일주의’를 논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이 개, 고양이, 소, 돼지 등보다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동물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도덕적 지위가 개구리, 도마뱀, 물고기, 곤충 등보다 높다는 거의 상식에 가까운 생각을 단일주의자들은 거부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물이 평등하다”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사고방식은 동물을 인간의 윤리적 척도 위에 올려놓기 위한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시절 태동했다. 그것이 50년을 발전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 ‘단일주의’가 현재 동물윤리 분야의 주류다. 케이건 교수는 이를 배격하지 못하면 동물윤리는 단일주의가 장악한 채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이라고 개탄한다. 한쪽에서는 동물을 하염없이 배려하고 한쪽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는 모순된 현실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복지를 나눠주는 방법

동물윤리의 핵심은 ‘복지(welfare)’ 분배와 ‘권리(rights)’ 부여에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동물의 삶을 결정한다. 따라서 적절한 도덕 이론은 적절한 분배 원칙을 포함해야 한다. 케이건 교수는 복지 분배의 대표 원칙인 ‘평등주의(egalitarianism)’, ‘충분주의(sufficientarianism)’, ‘우선주의(prioritarianism)’, ‘응보 이론(desert theory)’을 동물복지의 분배 문제에 대입함으로써 단일주의가 그 어떤 분배 원칙에도 적용될 수 없음을 밝혀낸다. 달리 말해 단일주의를 거부하지 않으면 동물복지 논의 자체를 시작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단일주의자들은 동물에게 복지를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논리적 모순에 직면하고, 거부하면 윤리적 교착 상태에 빠진다. 케이건 교수는 “압도적 다수는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공감과 이해를 얻어야 하는 동물윤리 분야에서 단일주의를 치워내지 않으면 동물에게 복지를 분배하는 일은 요원해진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 현재 동물복지에 관한 논의 단계가 여기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적절한 분배 원칙에 따른 동물복지를 수용하려면 개체의 도덕적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계층적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의 이 ‘계층적 관점’을 동물윤리의 이론적 토대로 완성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복지의 가치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이 장에서 케이건 교수는 계층적 접근방식을 적용해 동물 각각의 도덕적 지위에 따라 복지를 분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핀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분배 원칙들에 계층주의를 대입했을 때 조정되는 복지 수준을 간단한 계산식으로 산출하고, 동물윤리가 형이상학적 문제가 아닌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이론이 돼야 하는 이유에 관해 역설한다.

아울러 케이건 교수는 개체의 도덕적 지위 차이가 복지 가치에서도 차이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논증한 다음, 단일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모든 개체의 이해관계에 대해 “도덕적 관점에서 ‘유사한’ 이익을 ‘동일한’ 가중치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익 평등 고려(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 원칙을 감안하더라도 동물복지에서 계층주의 접근방식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입증한다.

무엇이 도덕적 지위를 결정하는가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에게 높고 낮은 도덕적 지위를 갖게 하는 특성은 무엇일까? 무엇이 도덕적 지위와 격차를 만들까? 케이건 교수는 다름 아닌 ‘정신적 능력’에서의 차이가 도덕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정신 능력은 ‘행동 능력’과 이어진다. 사람이 동물보다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도, 개와 고양이가 물고기나 곤충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같은 종(種)의 동물들끼리도 그 능력에 따라 도덕적 지위는 달라진다. 모든 돼지가 아닌, ‘이’ 돼지와 ‘저’ 돼지가 저마다 확보한 능력이 도덕적 지위의 차이를 초래한다는 ‘개체주의(individualism)’ 시각이다. 케이건 교수는 심지어 사람들 사이에서도 도덕적 지위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정신적 능력이 결여된 인간은 통상적인 사람들보다 도덕적 지위가 낮다. 이는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지만, 케이건 교수는 ‘잠재적(potential)’ 지위와 ‘양식적(modal)’ 지위라는 대안적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계층적 관점을 유지한다.

계층주의에 대한 몇 가지 우려들

계층적 관점은 용어의 뉘앙스부터 오해를 살 만한 견해다. 차등, 차별, 차이, 격차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케이건 교수는 계층적 관점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몇 가지 우려(공격 포인트)를 설정하고 하나씩 반박한다. 우려는 네 가지다. 계층주의가 ‘엘리트주의(elitism)’라는 비판, 사람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은 ‘우월한(superior) 존재’가 실재한다면 윤리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의 문제, 심각한 정신 장애를 가진 이른바 ‘가장자리 상황(marginal cases)’에 처한 존재의 도덕적 지위를 설명하는 방식,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능력 차이로 인한 도덕적 지위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정상적 편차(normal variation)’ 문제의 설득력 있는 논증 여부가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는 ‘엘리트주의’, ‘우월한 존재’, ‘가장자리 상황’은 간단히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정상적 편차’ 문제만큼은 일종의 ‘약속 어음’을 발행하고는 뒤에서 반드시 회수하겠다고만 약속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 책은 현대 철학 논리 전개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후 케이건 교수는 단일주의가 의무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동물에게 의무론적 권리를 부여하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등을 집요할 정도로 꼼꼼히 논증한다. 그렇게 해서 계층적 관점 말고는 의무론과 결합 가능한 견해가 없음을 증명한 뒤 최종적으로 ‘제한적 계층주의’를 동물윤리 분야의 새로운 이론적 토대로 정립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케이건 교수는 독자에게 발행한 약속 어음을 회수하며 ‘정상적 편차’ 문제도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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