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의 대항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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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의 대항해시대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0.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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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서양 문명의 축이었던 고대 로마는 바로 '길'을 통해서 시작됐고 완성되었다. 15세기 포르투갈, 스페인이 개척해나간 ‘뱃길’은 대항해시대를 열며, 유럽이 400년에 걸쳐 세계를 주도하게 하였다. 중국은 유럽보다 먼저 정화 대선단으로 아프리카 서해안까지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해상 정책을 포기함으로써 주도권을 유럽에 넘겨주게 되었다.

1960년대 미국 군사용 네트워크로부터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인터넷은 4차산업혁명을 형성하며, ‘온라인’ 시대를 열었다.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생긴 것이다. 특히 오늘의 코로나 19 팬데믹은 ‘온라인’을 지구촌의 중심적 소통 수단이 되게 하였고, 인류가 ‘비대면 사회’라는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였다.

교육 영역에서도, 지난 4개월 동안 전 세계 학생 인구의 91%인 16억 명이 온라인을 통해 학습하였다. 전체 교과목의 0.9% 정도만 온라인 강의했던 우리 대학들도 지난 3월 100% 온라인 교육을 ‘혁명적’으로 시행하였다. 아직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흐름을 보면, 전 세계 대학들은 올 가을학기, 아니 더 장기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대학교육이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될 수도 있겠다. 그간 4차산업혁명은 재택, 원격근무 등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왔고, 앞으로 더 자주, 더 치명적인 팬데믹이 다가온다면 더욱 비대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2013년 ‘디지털 학습’은 인쇄술의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교육혁신이라며, 2025년이면 ‘대학’의 개념 자체가 상상을 뛰어넘어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는 MOOCs를 개발한 MIT의 라파엘 리프 총장의 말이 주목된다. 사실 이번 팬데믹은 이 예측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지난 1학기 갑작스런 100% 온라인 교육 시행으로 ‘부실강의, 평가의 공정성’ 등에 대한 불만에 이어, 등록금 반환 요구까지 나와 여러 현안 ‘관리’에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학생과 교수들은 한 학기 지나며 기존 대면 교육과 온라인 교육의 장단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에듀테크를 잘 활용하며 온-오프라인 학습을 적절히 배합하면 ‘교육의 질’을 더 높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특히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급감, 반값 등록금에 따른 존폐 문제해결도 여기에서 희망을 보는 것 같다.

더욱이 지난 7월 3일 교육부가 그간 대학의 개설 교과목 20%까지로 제한했던 원격수업 비율 그리고 출석 평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정책변화는 대학교육의 혁신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제는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정립한다는 것이다. 해외대학과의 학사, 석사 과정은 100% 원격수업으로 공동 운영할 수 있다.

우리 대학들은 이제 코로나 19가 그간 대학교육에 미친 영향과 과제를 차분히 성찰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이는 개별 대학의 역량을 키우며, 온라인을 통해 지역 또는 국내외 대학들 간에 다양한 형태로 교수, 학생, 캠퍼스를 ‘공유’하는 ‘새로운 대학’을 창조하는 일이다. 여기서 추진속도가 중요하며,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국가, 대학, 개인 간의 경쟁력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의 대학교육이 기존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소수의 글로벌 대학 플랫폼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대학들은 ‘컨소시엄’, ‘연합체’ 등을 구축해왔고, 한동안 주춤했던 MOOCs 플랫폼은 '대화형 훈련', ‘온라인 포럼’, ‘멘토링’ 등의 수업방식을 도입하면서 신규 가입자가 천만 명 단위로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15년간 1억6천만 명에서 4억1천만 명으로 늘어날 세계 대학생 수와 100세 시대 평생교육 대상자를 포괄하는 엄청난 고등교육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대학과 정부는 인재상을 비롯한 대학교육에 대한 철학과 대학의 생존방식을 대전환하는 전략을 글로벌 차원에서 새롭게 세워야 한다. 교수, 학생의 온라인 역량, 인프라를 고도화하도록 전폭 지원하며, 에듀테크와 학습과학, 디지털 속성을 잘 활용하여 맞춤형 상호작용, 협동학습 및 비교과영역활동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하고 현장화하는 일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대학들이 개별대학의 벽을 넘어 국내외에 걸친 독자적인 ‘공유’ 모델 세우는 일에 행⋅재정적으로 적극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K-팝처럼 비대면 기반의 학습혁명도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다. 우리는 디바이스, 5G, 플랫폼 등의 탄탄한 ICT 환경과 다양한 비대면 교육 경험을 기반으로 에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며, AI, 빅 데이터, 모바일 등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갈 수 있다. 이제 대학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한 ‘공유’ 모델을 개발하고, 엄청난 규모의 고등교육시장을 향한 ‘길’을 대담하게 개척하며 온라인 교육의 대항해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이는 우리 대학들의 생존 방식, 희망의 원천이 될 것이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대한수학회 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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