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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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기’를 마치며
  •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 승인 2020.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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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지난 1학기 거의 모든 대학이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험과 실험·실습·실기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진행했다. 필자 또한 한 학기 내내 모든 수업을 zoom을 활용한 원격수업으로 진행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해 2학기 수업도 대부분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처럼 한 학기 모든 수업을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마치고 나서 최근 여기저기서 비대면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 작업이 한창인 것 같다. 대체적인 평가를 보면 비대면 원격수업이 갑작스럽게 실시되다 보니 경험 부족과 인프라 구축 미흡으로 처음에는 강의의 질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대면 수업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어느 정도 교육 효과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실례로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 교무처에서 실시한 비대면 강의 만족도 조사에 의하면 설문에 참여한 교수 716명 가운데 60.3%가 비대면 강의 활용 시스템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반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물론 일부 교수들이 비대면 강의가 학생들의 반응 및 이해도를 점검하기 어렵고 실시간 그룹 토론에 제약이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에서 학생들이 오히려 부담 없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하게 질문해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가 높다고 응답한 교수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편 학생들의 경우 평가 방법 및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설문에 참여한 학부생 약 2천 명의 결과를 보면 비대면 강의에 대한 만족도 평균은 ‘대체로 만족한다’(4점)와 ‘보통이다’(3점)의 중간 정도인 3.53으로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특수한 결과일 수도 있으나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다른 대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비대면 원격수업이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일정 정도 대면 수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한 것으로 보이며 학생들은 재택수업이 가능한 비대면 원격수업의 편리성과 시간 관리 차원에서의 유용성, 그리고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대면 수업보다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비대면 원격수업의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원격수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교육 콘텐츠 개발과 원격수업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학기 경험을 바탕으로 원격수업을 운영·관리하는 행정조직과 제도를 정비하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효과적인 원격수업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이 원격수업 질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원격수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참신한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익힐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학기 경험이 앞으로 다가올 원격수업 시대를 대비하는데 유용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통일학센터장, 자유전공학부 CAMPUS Asia 사업단장 등의 보직을 맡고 있다.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공저), 『전후 일본의 보수와 표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민족주의, 다문화주의, 인권, 정의론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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