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도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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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도시공원
  •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조경학
  • 승인 2020.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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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밀집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이 코로나19 위기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유일한 피난처는 도시공원이다. 요즘 동네 근처 공원에 가보면 많은 시민이 잠시나마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도시공원은 시민들에게 여가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등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주고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준다.

우리가 자주 찾아가는 도시공원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7월 1일부터 도시공원 실효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68㎢의 도시공원 부지가 공원에서 해제돼 개발될 위기에 놓인 데다 앞으로도 계속 해제되는 공원이 늘어난다. 도시공원 실효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부지로 지정한 뒤 20년간 공원 조성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공원 지정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이다. 헌법재판소에서 1999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상태에서 종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토지(나대지)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는 것은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이 제도가 탄생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000년에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도시공원 실효제가 도입되었다. 우리나라 도시공원 중에는 도시계획에 의해 공원으로 지정 후 공원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채 방치된 미집행도시공원이 거의 절반(48%)에 달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도시공원 실효제가 시행되는 시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지난 20년간 관심을 갖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보도자료에 의하면 도시공원 실효제로 인해 7월 1일 해제되는 도시공원 중 84%가 공원으로 조성되거나 공원기능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도시공원 실효제 대상공원의 16%의 도시공원이 해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도시공원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공원 실효제로 사라지는 공원을 지키기 위해서 막대한 토지매입비와 공원시설비를 마련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약 50%에 불과한 실정에서는 공원 확보 예산을 부담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초 도시공원 업무는 중앙정부의 업무였는데 1994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이관하면서 도시공원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이니 중앙정부는 예산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중 도로는 83%, 상하수도는 100%를 중앙정부가 국고로 예산지원을 해서 계획대로 집행해 왔는데 반해 도시공원만은 52%만 집행되는 푸대접을 받아왔다.

다급하게 도시공원 실효제에 대응하는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도시공원 실효가 되는 대상공원의 25%를 차지하는 국공유지마저도 해제하겠다는 생각을 중앙정부가 당초에는 가지고 있었다. 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국공유지의 실효시기를 10년간 유예시키는 임시방편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원예산 부족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다. 이는 공원 조성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지 않고 민간자본을 투입해 기부채납하는 제도로, 그 대신 민간에게 공원 용지 중 최대 30%까지 비공원시설(주택 등)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결국에는 민간이 공원 토지 및 조성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공원면적의 30%를 개발하기 때문에 도시공원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국회 통과를 시킬 계획이다. 우리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찾는 도시공원이 사라져 도시의 삶의 질이 떨어져 가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도시공원 예산을 확보해 국민들의 갈망을 해결해 주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조경학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대학교에서 석사학위(조경학)를, 미시간대학교에서 박사학위(조경학)를 받았다. 한국조경학회 회장,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회장,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공동으로 저술한 책으로 『조경사전』, 『한국전통조경』,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생태마을 길잡이』, 『구석구석 놀라운 우리나라』, 『친환경 건축설계 가이드북』, 『지속가능한 국토와 환경』, 『키워드로 만나는 조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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