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두 개의 물줄기
상태바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두 개의 물줄기
  • 이재영 경남대·군사안보
  • 승인 2020.06.2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시작된 남북관계 악화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특사 파견을 거부하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적개심을 드러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으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이 보류되었으므로,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강산,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군사 배치와 서해안 포병부대 증강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청와대와 정부는 ‘탈북민 단체가 살포한 북한 비방 전단’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해법도 여기로 집중하고 있다. 근시안적이다. 대북 전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단순한 1개의 원인으로 국가의 행태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북•미관계에서 남한의 역할 부재와 미•중 갈등에서 북한의 생존전략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렸다. 합의문에는 경제협력, 다양한 교류,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이 담겨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고 합의문에 서명한 이유는 남한이 ‘북미 간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희망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UN 대북제재 결의안」이 해제되어야 남한의 지원과 협력, 미국과 서방의 지원, 북한의 대외무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리어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이 4건이나 나왔고, 3차례의 북미 간 정상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북한으로서는 2가지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남한 정부가 업적 쌓기를 위해 북한을 이용했거나, 미국을 중재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느 것이든 북한의 시각에서 남한은 의미 없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다음으로 북한의 생존전략이다. 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세계 2위이다. UN 분담금도 세계 2위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자국 중심의 경제권을 형성하려 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아시아 개발과 금융마저 틀어쥐려 하고 있다. 2018년 7월 미국이 25%의 관세부과로 중국 길들이기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20년 5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켜,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정책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전자는 홍콩의 중국편입이, 후자는 홍콩의 독립적 지위가 목적이다. 미국은 2020년 6월 G7 확대기구로 중국을 포위하려 하고 있다. 미•중 갈등 구조에서 북한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 편에 빠짝 붙어서, 미•중 협상테이블에 자국 문제를 중국 몫에 묶어서 올리려 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북미회담을 성공시키는데 남한이 어떤 역할을 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이념적 종주국이자, 최대 무역의존국가다(2019년 95.3%).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북한의 행위는 미•중 관계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6월 17~18일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チ)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비공개 회담을 열었다. 무역분쟁, 코로나 중국책임론, 「홍콩보안법」에 대해 이견을 보였지만, 계속 협상을 이어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6월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 처리를 연기했다. 북한도 군사도발을 연기하거나 대남방송시설을 철거하는 등, 중국의 행동에 비례해서 남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한이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우선 강 대 강 대치를 자제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가거나, 무력충돌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결고리도 유지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 고향 방문, 유해 공동발굴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무엇보다 미•중 관계에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그들이 북한 문제를 묶어 화해해 버리면, 북한에게 남한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미•중 간 협상에서 북한 문제가 제외될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북미회담에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 다른 상임이사국의 도움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시킬 수 있는 로드맵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미•중 간 접촉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을 품을 만하다. 결과는 남한 정부의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재영 경남대·군사안보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치학 개론』(공저), 『국가의 힘: 남북한의 국력 비교』, 『전쟁: 개념, 발발과정, 원인』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제3의 물결: 20세기 후반의 민주화』가 있다.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2018)과 국무조정실 국정평가 전문위원(2017~2020)을 역임했으며,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의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