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원자가 분자로 바뀌는 모든 순간 포착한다
상태바
IBS, 원자가 분자로 바뀌는 모든 순간 포착한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6.2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구성과]
- 1/1,000조 초 관측하는 특수 광원으로 화학결합 전 과정 관찰
- 촉매반응과 인체 내 생화학 반응 메커니즘 규명 기대

국내 연구진이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수십 펨토초(1000조분의 1초) 간격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펨토 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해 결합하는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관측한 결과를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의 모식도
▲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의 모식도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만든다. 각 원자들이 어떻게 진동하며 움직이는지가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되는 과정은 1나노(nm·10억분의 1미터) 미만의 공간에서 수백 펨토초(1000조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렵다. 단백질과 같은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진 분자는 물론, 이번 실험처럼 고작 3개의 원자로 이뤄진 분자에 대해서도 화학결합을 형성하는 원자들의 실제 움직임을 관찰한 경우는 없었다. 화학반응의 시작인 반응물과 끝인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구조를 유지하지만, 반응과정의 전이상태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 까다롭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향상시킨 실험기법(펨토초 엑스선 회절법)과 구조 변화 모델링 분석기법으로 금 삼합체(gold trimer)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세 개의 금 원자를 선형으로 잇는 두 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 결합이 35펨토 초 만에 먼저 빠르게 형성되고, 360펨토 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형성됨을 규명했다. 또 원자들이 결합한 후에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서로간의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대칭 진동 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관측했다.

▲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으로 관찰한 금 삼합체의 화학결합 메커니즘
▲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으로 관찰한 금 삼합체의 화학결합 메커니즘

금 삼합체는 금 원자 세 개로 이뤄진 화합물([Au(CN)2-]3)로 두 개의 화학결합으로 구성된다. 평소에는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던 세 원자에 빛(레이저)을 쏘아주면 반응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펨토 초 엑스설 회절법을 이용해 금 삼합체 내의 화학결합이 생성되기 이전부터 종료되기까지 분자 내 모든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이 기법은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XFEL)에서 생성되는 펨토 초 엑스선 펄스를 반응 중인 분자에 조사해 얻어지는 엑스선 회절신호를 분석해 특정 순간 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어진 분자의 구조를 시간 순서로 나열하게 되면 분자 내 원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효철 부연구단장은 "이전에는 주로 일본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했으나 포항에 4세대 가속기가 완공되면서 더욱 안정적인 광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세계 최초로 화학 반응이 일어날 동안 원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진은 향후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 포착_출처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
▲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 포착_출처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

김종구 선임연구원(제 1저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한 결과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펨토 초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한 반응 경로의 실시간 추적 방법은 여러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규명하고, 반응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 효율화 등 산업 및 공업 분야에 사용되는 여러 화학반응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효철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교신저자)
▲ 이효철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교신저자)
▲ 김종구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선임연구원(제1저자)
▲ 김종구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선임연구원(제1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