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3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전교조 합법화 길 열려
상태바
노조3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전교조 합법화 길 열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6.24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업자·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법안 의결
ILO 핵심협약 비준안 내달 국회 제출
경영계 "노사관계 악용 우려" vs 노동계 "특수노동자 배제한 개악"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노조법) 개정안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안들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에 관한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를 비준하기로 하고 관련 국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치적 견해 표명에 관한 제105호는 국가보안법과 상충될 우려가 있어 비준 대상에서 제외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입법 예고를 다시 거쳤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3개 법안은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법안과 내용이 동일하다. 다만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대학과 유치원 교원노조 설립 허용 등 지난달 개정 내용이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조 3법 개정안과 관련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자체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입법일 뿐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입법"이라며 "유럽연합(EU)이 노동기본권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를 제기해 무역분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는 근거 조항이 사라지게 돼, 법적 지위를 잃었던 전교조가 다시 정상적인 노조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실업자와 해고자는 산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으나 기업별 노조 조합원으로는 가입할 수 없는데 이를 허용한 것이다. 다만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생산 및 주요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했다. 또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게 한 규정도 없앴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가입자격은 노조 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직결된 문제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교조는 2013년 고용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은 물론 현행 6급 이하만 가능한 노조 가입 범위 제한을 삭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일괄 폐기됐던 법안인데, 이번에 다시 발의해 21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길을 다시 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법안 내용 중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가입 허용'이 노사 관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회사를 나간 해고자와 퇴직자가 노조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 내부 문제 또는 대립적인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를 포함한 사용자단체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최악의 경영 환경에 내몰려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기업이 가장 민감하고 곤혹스럽게 느끼고 있고, 노사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한 경영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큰 충격"이라며 "정부 개정안대로 입법될 경우 가뜩이나 노동계로 기울어져 있는 노사관계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 요구 사항이 반영된 것을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개정안이) 가장 절박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완전히 누락했다"며 "FTA 위반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전향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21대 국회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