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신이 전쟁과 협력 사이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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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신이 전쟁과 협력 사이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 박종철 경상대·북한정치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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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화의 설계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네 단계로 변화되어 왔다. 첫째, ‘강대강의 대적관계’이다. 2017년은 제6차 핵실험과 화성 25호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이 발사됐고, 유엔 안보리는 역사상 최강의 제재를 가했다. 더불어 미 항공모함 3척, 전략 핵폭격기, 핵탑재 전략잠수함 등이 동원된 한미군사훈련과 사드배치로 갈등이 극심했다. 중·러는 한미군사훈련에 대응한 맞대응 훈련을 진행했다. 2017년 연말 미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보복으로 단독 개전권을 주장하며, 주한 미국인들의 소개작전을 전개했다. 실제 감시자산과 미군 전략폭격기들이 정밀폭격 지점을 선회하기도 했고, 이후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측 감시자산에 의하면 북한군의 동향은 전혀 이동이 없었고, 언론보도 이후 동해안, 서해안의 레이더 부대 등이 이동하기도 했다.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이 시작되면, 군사주권은 자동으로 미국에 넘어간다. 60만 명 세계 10위권의 우리국군 통수권이 미군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핵개발 제재의 악순환 시기였다.

둘째, 평화의 설계 단계이다. 평창올림픽을 거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의 주도로 평화의 설계를 했다. 북측은 김여정 부부장, 김영철 로동당 부위원장 등이 주도했다. 미측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 볼턴 보좌관 등이 주도했다. 대화와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를 우리 정부의 중재 하에 시도했다.

우리측 전략은 일종의 미끼를 던져서 콧구멍에 바늘이 걸리면 평화 쪽으로 북측과 미측을 이동시키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볼턴 회고록에서 폭로되고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측은 실제 비핵화 의지도 별로 없으면서 한국 주도의 북미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측은 미국측이 사기 치는 것을 감지했지만, 코만 걸면 북과 미를 화해시킬 수 있다는 적은 확률의 낙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남북미는 70여 년간의 적대적 관계로 인하여 상호 불신하지만, 북측도 사기당하지 않도록 신중했다.

그러나 4·27 판문점합의 이후, 우리 정부는 미측의 압박에 의하여, 선 북·미 핵협상, 후 남북합의 이행전략으로 선회했다. 4·27 판문점합의와 9·19 평양합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다. 한미워킹그룹이 설치되면서 초기에 정책공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상당수가 제재 이행방안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출석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유엔사는 타미플루와 같은 인도주의적 협력을 방해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새로운 길 ‘강대강 대적관계’와 예고된 참사

셋째, 남북정상합의의 미이행 단계이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국민들이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합의 이행과 대미 설득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대미 설득과정에서 강한 충돌과 파열음도 있었지만, 동맹 사이의 회담이 외부로까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우리측 전략가들의 발언을 보면,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이 한반도평화를 위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는 지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넷째, 새로운 길이다.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북측은 북미 협상 결렬에 대비하여 새로운 길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고, 10월 말 백두산에서 김정은이 백마를 타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보도했다. 연말을 시한으로 둔 합의 이행방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지만, 우리측은 이행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2032 서울평양올림픽 개최, DMZ 평화공원 설치 등 비현실적인 제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수차례 우리의 인내는 연말까지라고 시한을 못 박았으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는 등 압박을 진행했다. 연말연초 중국의 당근정책으로 시간이 연장되었고, 코로나19 확산과 한국 총선 국면을 고려하여 일정이 다소 연기되었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도 북측에 이행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북측은 새로운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6월 북측의 대대적인 대남 비방 발언의 중심이 삐라에 있었는데, 우리정부는 유감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면 되는 사안을, 6월 15일 특사거부와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벤트 후에야 이행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적대적 대결과 합의 이행 사이에서

예를 들어 삐라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이를 둘러싸고 상호 군단급 포격전 직전까지 갔으며, 박근혜 정부 때도 고사총과 기관총을 쏘며 상호위협을 하기도 했다. 6·15합의, 2004년 6월 합의, 2012년 11월 합의, 4·27 판문점선언 등에 규정했고, 우리측 정보기관이 올해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삐라살포를 외보라인이 제지하지 않았고, 북측은 한국정부가 묵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월 북측의 일련의 과격한 담화와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 이벤트는 예고된 참사이기도 한 것이다. 향후 1달간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대규모 전단 살포,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7월 27일 정전일(북측 전승절) 등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측이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남북정상의 합의이행 방안에 대하여 실천일지 혹은 미실천일지 대답을 주어야할 시간이 지났다. 만약 이행하지 않는다면, 2017년과 같은 강대강 대적관계가 되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군사훈련, 중러군사훈련, 북측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재개되면서, 한반도는 미중 냉전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만약 이행을 선택하면, 삐라 문제에 대한 남북합의 이행 대책 제시와 더불어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북미 핵협상과 별도의 남북 경제협력 대화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북측은 남측의 대응에 따라서 향후 군사행동을 결정하겠다며 우리측에 어려운 질문을 던져놓았다. 역사의 신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철 경상대·북한정치

경상대학교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전북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 일본 도호쿠(東北) 대학에서 석사,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북경대 한반도연구센터 객좌연구원,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정치학: 인간, 사회, 그리고 정치』,(공저), 『한반도분쟁과 중국의 개입』,(공저), 역서로 『글로벌 정치와 중국외교』, 『헝가리의 북조선 관련 기밀해제문건』(공역), 연구로 「시진핑은 북중동맹을 포기할 것인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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