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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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단상
  • 임의영 강원대·행정학
  • 승인 2020.06.21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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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지독한 바이러스다. 이번 기회에 사람이 한낱 바이러스의 숙주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확실히 새기려는 것 같다. 날마다 포털에서 코로나 관련 통계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며 지낸 것이 벌써 5개월이 다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게 된다.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가? 어려운 시험문제를 받아들고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학생의 마음보다 더 불안한 것 같다. 교재도 있고 시험 범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참고할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잠이 없어 새벽녘에 이 생각 저 생각 떠오른 것들을 되새겨본다.

첫째, 의도적인 것은 아닌데 코로나 이후 절제하는 생활이 왠지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먹는 것도 줄고, 술도 줄고, 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끼는 횟수도 줄고, 쓸데없이 하고 싶어 하던 것도 줄고, 덕분에 지출도 줄었다. 그리고 가끔은 절제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절제하는 생활을 하기로 한다. 기왕에 절제하기로 했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욕심도 절제하기로 한다.

둘째, 이번 학기에는 비대면 강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두 과목이 1학년 대상 과목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PPT에 목소리를 얹어 웹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을 따랐다. 노트북 앞에서 혼자 강의를 하자니 참으로 거북스러웠다. 그런데 더욱 힘들었던 것은 강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각본을 확실하게 만들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대면 강의보다 2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강의를 해보니 새삼 30년 전에 처음 강의할 때가 생각이 난다. 참 열심히 준비했었다. 그래서 교육과 강의는 ‘처음처럼’ 하기로 한다.

셋째, 지난 20년 동안 온통 내 머리를 빙빙 돌고 있는 개념은 공공성이다. 행정학자가 공공성을 연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불행하게도 그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논문도 쓰고 책도 쓰고 했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면서 공공성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최고의 가치로서 국민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정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위험소통에서의 신뢰,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 방식, 사회경제적 불평등, 특히 기본소득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공공성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로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공공성 연구에 더욱 집중하기로 한다.

넷째, 처음으로 나라에서 돈을 받았다! 부모님 말고 이렇게 부담 없이 돈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 동네 슈퍼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카드를 긁었다. 즐거웠다. 8월까지 모두 쓰게 되어 있는데, 6월이 가기 전에 다 쓸 것 같다. 받아서 써보니 괜찮은 것 같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약간의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 얘기하면 빨갱이라고 했는데, 카드를 써보니 이념하고는 관계없는 것 같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그런데 문제는 재원일 것이다. 어쨌든 국민들이 내야 할 세금은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난 세금 잘 내기로 한다. 카드 긁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해보면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카드를 긁을 때마다 국가를 느낀다. 그리고 의무를 느낀다. 공짜는 아니지만, 공짜라는 느낌이 참 좋다.

무엇보다 나는 코로나와 계속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것은 그동안 소홀히 했던 문제들을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더욱더 간절히 기원하기로 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마치 보이기나 하는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너무 싫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의 거리두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임의영 강원대·행정학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행정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분야는 행정철학과 행정윤리이다. 최근에는 공공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행정학의 학문적 영역을 넓히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민주주의와 행정윤리』, 『행정철학』, 『형평과 정의』, 『생각을 여는 행정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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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2020-06-22 0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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