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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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는 대로
  • 이돈구 서울대 명예교수·산림과학부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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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를 우리 인간은 누구나 알고 순리(順理)라 하여 따르고 있으나, 물고기는 때때로 물이 흘러오는 반대 방향으로 헤엄쳐 오르기도 한다.

뜬금없이 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위 지식인들이 물의 흐름을 거역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까워서, 마음 한편에 쌓인 답답함을 한마디 말로라도 꺼내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인 가운데 만들어 놓은 법(法)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자세로 정의를 내세우고 자신이 옳다고 우겨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속의 아픔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본인은 법을 전공하지 않았고 그저 아주 오래전 대학 1학년 시절 법학통론을 수강한 것이 다인, 그저 법조계의 시각으로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법에 대한 지식이나 감상이라고는 학생들, 시민, 동료 직원들을 만나서 법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정도였다. 또한 한자(한문)를 배운 것은 가정에서 어른들로부터 천자문(千字文)을 배운 것과 중학교 2학년 한문 과목을 이수하면서 배운 것 그리고 신문 등을 통해서 배운 것이 전부이다. 다만 지금도 중학교 한문 선생님께서, 법(法)이란 물 수(氵)변에 갈 거(去)를 합하므로, 물 흐르는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만큼은 언제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사회는 어떠한가? 법학을 전공하신 분, 가르치는 교수,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도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만 보고 법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가 법을 만들었건, 지키는 사람 즉,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따라 흘러가는 사람이나 행동이 공동체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신이 축복을 내려주실 것이라 믿는다.

중국 삼국지연의를 보면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홍수가 나서 강이 불어 넘치고 강한 물살이 생길 때, 말은 헤엄은 잘 치지만,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다가 힘이 빠져 익사하지만, 소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물살에 맡긴 채 같이 흘러가면서 나중에 강가를 만나 살아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귀하고 새겨듣고 실천을 해야 할 고위층 지식인 어른들이 머리로만 알고 법을 어기며 거기에 더하여 남용하고 있어서 나이든 사람으로 젊은이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기 짝이 없다. 이대로는 다음 세대, 우리의 후손 세대가 현재의 복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미래에 어떻게 평가할는지 두려울 따름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은 본래 젊은 후배가 학문을 갈고닦으며 덕을 쌓아 선배를 앞선다는 뜻이지만, 이 말이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면 글자 그대로 후손들에게 지금의 우리 행실이 부끄럽다는 뜻으로 보일 지경이다. 우리 모두가 물이 흐르는 대로 흘러서 내려가면 좋건만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모두가 이를 기억하고 실천하여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들어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전전긍긍하는데, 기득권을 가지고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더 솔직해지고, 공정한 믿음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을 서야할 것이다. “물이 흐르는 대로”라는 단순한 진리를 따르는 것이 우리나라와 사회가 바로 서서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돈구 서울대 명예교수·산림과학부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임학회 회장,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회장, 산림청장, (사) 생명의 숲 국민운동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스웨덴왕립한림원(KSLA, 농림) 펠로우이기도 하다. 「인공황사 처리가 몇 수목의 광합성, 호흡, 생장 및 기공에 미치는 영향」, 『숲의 생태적 관리』 등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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