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의 최대 쟁점, ‘혐오표현’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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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사회의 최대 쟁점, ‘혐오표현’을 논하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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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혐오와 모욕 사이 | 이재진·이영희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348쪽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방치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였다.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소셜 미디어와 SNS에서 넘쳐나는 혐오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혐오표현에 무덤덤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학문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기를 염원하는 저자들의 간절함을 담았다.

혐오표현이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모든 혐오표현 연구에서 지적하고 있는 공통점이다. 다만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비법적 방식으로 제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혐오표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여론이 우리 사회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록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어 왔지만, 현실적인 법적 규제와 비법적 제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오랜 기간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혐오표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에서는 모욕죄법을 개정하여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질 필요성과그 가능성에 대하여 논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모욕죄 규정인 <형법> 제311조의 2를 제정하여 혐오표현의 경우 벌칙조항을 두는 것을 제시한다. 독일의 경우 집단표시에 따른 모욕죄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법원 또한 최근에 혐한 Hate Speech에 모욕죄를 적용하여 처벌한 바 있다. 저자들은 우리 법원도 판례를 통하여 집단표시에 따른 모욕죄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민사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판단한다. 형사든 민사든 혐오표현에 따른 모욕죄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을 처벌하거나 손해배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벌백계의 성격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이익형량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물론 이러한 법제도적 규제가 능사는 아닌 만큼 자율적 규제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언론 역시 혐오표현을 조장하는 보도는 지양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혐오표현을 제지하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혐오표현은 어쩌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따르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일 수도 있다. 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과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혐오표현은 사회의 차별과 갈등을 치유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혐오표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공존의 명제에 부합하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그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연구와 더불어 이 책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에 의하면, 언론은 혐오표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관행 등을 이유로 혐오표현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실제 관련 기사를 분석해 본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앞으로 언론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규범적 기사를 보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저자들은 촉구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장 「혐오표현을 다시 생각하다」에서는 혐오표현이란 무엇이며, 그에 대한 정의와 혐오표현이 가지고 있는 쟁점과 규제에 대하여 논의한다. 또 국내 학계의 혐오표현 연구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제2장 「모욕죄를 다시 들여다보다」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모욕죄에 대하여 상세히 조명한다.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차이점을 비교해보고, 사이버 모욕죄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모욕죄 관련 판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제3장 「외국의 혐오표현 규제를 살펴보다」에서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바라보는 혐오표현에 대한 시선을 조명함과 동시에 주요 나라의 혐오표현 관련 판례를 비교 분석하여 살펴본다. 제4장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혐오표현을 톺아보다」에서는 언론에 처음으로 혐오표현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언론의 혐오표현 보도가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제5장 「혐오표현의 규제 가능성을 짚어 보다」에서는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요인을 짚어 본다. 그리고 모욕죄 규정인 「형법」 개정을 통한 혐오표현의 규제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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