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닌 하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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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닌 하나의 선택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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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피벗: 미국 아시아 전략의 미래 | 커트 캠벨 지음, 이재현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548쪽
 

이 책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4년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커트 캠벨이 중동 문제와 미국 내 제약에 맞서 아시아에 대한 다차원적 정책을 실행했던 외교적 모험의 집대성이다. 책의 일부는 역사적 설명이고, 일부는 여행기이다. 한편으로 과거에 대한 회고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전망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이 국제사회에 내놓은 놀라운 전략인 아시아 피벗 정책 이면의 전략적인 선택과 숨겨진 내막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저자는 아시아가 21세기 역사의 상당 부분을 쓸 것이고,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도전을 극복하는 모든 길은 아시아로 통하며, 향후 미국의 경제적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시아 경제의 역동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시아 관여 정책은 많은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외교 정책에 대한 미국 내 합의 부재, 만성적인 정치적 기능 장애, 아시아 관여 정책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모두 미국이 국제주의적 정책을 수행하는 데 커다란 도전이다. 아시아 피벗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도전들을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 피벗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미국의 이익 실현에 도전이 되는 동시에 놀라운 기회가 공존하는 아시아를 끌어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아시아에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물러날 것인가. 그 물음에 저자는 만약 미국이 아시아 세기의 향후 진로를 미국의 이익과 아시아의 평화, 번영의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려면 매우 집중해서 아시아에 관여해야 한다고 답한다. 미국이 주도해온 질서의 지속과 안정은 아시아에서 점증하는 안보 경쟁과 중국의 부상을 미국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21세기 역사 상당 부분이 아태지역에서 쓰일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9·11 테러 이후 중동을 살짝 돌아오기는 했지만 미국이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이 역동적인 지역에 투입하면서 아시아 세기는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전략적 현실을 깊이 깨달은 미국은 미 외교의 '피벗'을 택했다. 피벗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부상하는 아시아에 관여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 책은 현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시아라는 파도에 어떻게 미국이 올라타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지 이야기한다.

▲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분명히 미국의 이익은 아시아의 경제적, 안보적, 정치적 상황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확장하고 심화해야 한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외교, 경제, 개발 협력, 인적 교류, 안보 분야에서 아시아에 대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는 이상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있었다. 피벗 정책은 갈등하는 국가 관계, 변화하는 힘의 역학, 과거 유산과 민족주의에 뿌리내린 역사적 갈등을 피해 아시아의 잠재력을 포착하고 지켜내려는 의도였다.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미국은 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국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두 가지다. 첫째, 아시아는 미국의 대외 정책 수립 및 실행에서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는 더 긴급한 글로벌 혹은 지역적 관심사에 자주 밀려났다. 냉전 시기에는 유럽에 의해, 테러와의 전쟁 시기에는 중동에 의해 아시아는 뒷자리로 밀려났다. 이제 글로벌 우선순위를 재고하고 미국의 정책에서 아시아의 위상을 격상시킬 때다. 둘째, 미국은 아시아에서 포괄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추구해야 하고, 이는 최고 정책 결정자의 관심과 충분한 자원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의 목표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통적 역할, 즉 동맹국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아시아의 ‘운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위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지배해왔던 ‘중국우선주의’ 혹은 ‘G-2’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중국을 더 큰 지역 구상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을 포함한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동맹 강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 지역기구 참여, 군사력 다각화, 민주적 가치 수호, 국가 전략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강조, 그리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자기주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법 개발 등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통합적인 아시아 전략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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