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고 즐기는 '와인'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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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고 즐기는 '와인'의 모든 것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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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와인 인문학 산책: 신화와 역사부터 심리와 매너까지 와인의 모든 것 | 장홍 지음 | 글항아리 | 592쪽
 

저자가 20년 넘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의 주요 와인 생산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얻어낸 결과물을 바탕으로 완성시킨 와인 총서다. 이 책은 와인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지식까지 총망라했다. 1부에서는 와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서양 문명의 여러 양상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도했다. 다시 말해 와인에 얽힌 역사, 종교, 문학, 경제 등을 전반적으로 다뤘다. 2부 ‘와인의 기쁨’에서는 저자가 30년 이상 와인을 가까이하고 사랑해오면서 알게 된 와인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법을 묶었다. 더불어 부록으로 프랑스 와인 지도와 함께 와인 전문용어를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바쿠스 사전’을 실었으며, 와인을 마시면서 함께 보기 좋은 와인 영화 20편을 선별해 정리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와인에 대해 좀더 심도 있는 인문학적 지식을 얻고, 와인을 마시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와 곁들일 영화까지 얻는 세 가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어디에서 최초로 와인을 주조하고 마셨을까? ‘1장 역사 속 와인 산책’에서는 원시시대부터 르네상스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의 와인을 다룬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최초의 와인은 조지아에서 탄생했다. 고고학 자료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와인을 마신 건 신석기 초기의 트랜스코카서스 지역에 거주하던 동굴인들로, 오늘날 흑해 연안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다. 당시 신석기인들이 발효라는 개념을 알았을 리 없고, 인류 최초의 와인은 발명의 산물이기보다는 우연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와인 제조 기술은 메소포타미아로 건너가게 되고, 바로 이곳에서 인류 최초의 와인 관련 상법인 함무라비 법전이 탄생한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농경사회에 필요한 법제도 외에 상법과 사법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특히 맥주와 와인, 술집 출입 등에 관한 규제가 상세히 서술돼 있다. 와인에 관해서는 용량과 생산 지역을 속여 판매할 경우 중벌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집트인들은 최초로 와인에 대한 기록과 그림을 남겼다. 나일강을 통해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와인을 수입해서 마셨다고 전해지며, 기원전 3000년경부터는 나일 강가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주조하기 시작했다. 피라미드의 벽면과 천장에는 놀랄 만큼 많은 와인 관련 그림이 남아 있다. 정원 가운데에 자리한 포도밭, 포도 수확에서 와인 주조 및 보관까지 그 상세한 그림들은, 유럽의 중세시대의 포도 수확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게다가 당시 이집트에는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전문가까지 있었다고 하니 당시 와인의 맛은 짐작 불가능하지만 오늘날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와인은 당시 이집트에서 파라오와 제사장 등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즐겨 마셨던 술로, 귀하고 신성한 음료였기에 와인을 마시고 취한다는 건 곧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1부에서 와인에 얽힌 역사·신화·문화·사회학·경제학 등 와인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면, 2부 '와인의 기쁨’에서는 주로 와인을 마실 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이야기들을 실었다. 와인의 종류와 와인병, 와인잔, 시음법,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 구별법, 와인의 선택하는 방법, 와인과 궁합이 좋은 음식 등 와인을 마실 때 알면 좋은 기초적인 정보들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빈티지(포도 수확 연도), 와인 레이블, 테루아, 세파주(포도 품종) 등 와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 특히 ‘7장 와인 제대로 알기’에서는 세파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와인의 특성은 세파주에 들어 있다”고 할 만큼 세파주는 와인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세파주의 특성에 대한 파악은 전문가들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초보자들에게는 와인에 대해 어느 정도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와인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문화적 측면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와인 문화는 ‘위하여 문화’와 비교할 때, 거의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음미하고, 모두 함께 마시는 집단행동이 아닌 함께하지만 각자 알아서 마시며, 위계가 중요시되는 것과 다르게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고, 소속감과 동질성보다 개인의 개성이 중시되는 것이 와인 문화다.” 우리 사회에서 와인이 어느 정도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맥주나 소주에 비하면 알코올음료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와인 애호가로서, 와인이라는 지평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에게 와인은 “기쁨의 나눔이고, 나눔의 기쁨”이다. 저자에게 누군가와 나눠 마시지 않는 와인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와인이 아니다. 와인은 누군가와 함께 마실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알코올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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