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동북아해역, 인문네트워크의 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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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동북아해역, 인문네트워크의 장이 되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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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동북아 바다, 인문학으로 항해하다 | 서광덕·김윤미·조세현 외 10명   | 산지니 | 288쪽
 

이 책은 2017년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에 선정돼 ‘동북아해역과 인문네트워크의 역동성 연구’를 추진 중인 부경대 HK+사업단이 펴낸 ‘부경대학교 해역인문학 시민강좌 총서’ 두 번째 시리즈로 근현대 시기 동북아 해역에서 일어난, 지식과 사람 그리고 문화의 교류 양상을 인문네트워크의 개념으로 들여다본다.

부경대 HK+사업단의 아젠다는 크게 세 영역이다. ▷동북아해역 지식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지(知)’ ▷동북아해역 민간 이주와 문화 변용을 분석하는 ‘민(民)’ ▷지식·사람·문화의 교류를 가능케 해준 해역 교류의 기반을 검토하는 ‘사(史)’.  HK+사업단의 연구진으로 이루어진 필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知)·민(民)·사(史) 세 영역에서 지식·사람·문화의 교류 양상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분단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다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다. 역사를 돌아보면 바다를 알지 못했을 때, 혹은 바다를 지키지 못했을 때 우리는 위기에 처했다. 역사적으로 동북아해역에서는 사람과 물자의 역동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때로는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 ‘동북아 바다, 인문학으로 항해하다’에서 다룬 지식·사람·문화의 교류
▲ ‘동북아 바다, 인문학으로 항해하다’에서 다룬 지식·사람·문화의 교류

개항과 함께 시작된 동북아해역 인문네트워크, 바다를 오고 간 사람들은 무엇을 남겼나. 동북아 바닷길은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을 원하는 서양 상인들에 의해 개척되었다. 동아시아 근대의 시작을 알린 사건으로 평가받는 아편전쟁 역시 상인들 간 교역의 마찰에서 비롯되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이처럼 동북아해역 인문네트워크의 시작을 알린 개항과 그 이전의 ‘접촉’에 관해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이 인문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활용한 동북아해역의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동서문명의 매개자 역할을 했던 선교사들, 난학을 수용하여 일본 근대 의학의 발전을 이끈 스기타 겐파쿠, 서구 근대 학문을 배우기 위해 바다를 건너 유학생 등 근대 동북아해역의 흥미로운 지식인 네트워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17세기 초 조선에 들어온 서학이 당시 유학자들의 무관심으로 꽃 피우지 못한 사실과, 소극적 자세로 조선의 근대화시기를 앞당길 기회를 놓친 수신사의 활동에 대한 아쉬움도 엿볼 수 있다.

동북아해역을 오고 간 사람들은 지식인뿐만이 아니었다. 가족과 개인의 소박한 꿈을 안고, 타지에 정착한 사람들에 의해서도 네트워크는 이루어졌다. 3장에는 동북아해역의 디아스포라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특히 동북아해역의 대표적 디아스포라인 재일 코리안에 관한 이야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바닷길보다 더 큰 길은 없다. 동북아해역을 통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다양한 문화, 사람이 오고 간 자리에는 문화가 남는다. 4장에서는 동북아해역의 교류를 통해 전해진 언어, 음식, 놀이문화 등을 다룬다. 이를 통해, 서양에서 시작되어 일본을 거쳐 한국에까지 전해진 돈가스, 빵과 같은 음식이나, 일본어와 한국어에 남아 있는 각국 언어의 흔적을 통해 동북아해역 인문네트워크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장에서는 동북아의 대표적 해역도시인 상하이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나간다. 상하이는 아편전쟁, 독립군, 무협지와 무협영화의 배경이기도 하며, 근현대 동북아해역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도시였다. 해양과 대륙문명이 충돌하는 마성의 도시 상하이를 통해 동북아 근현대사를 돌아본다. 이와 함께 해역의 경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해역 연구에 있어서는 놓치기 쉬운, ‘섬’이라는 공간을 한산도, 완도, 제주도 등의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돌이켜보며 되새긴다.

동북아 바다를 향한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닷길을 통하면 동북아는 하나다. 이 책은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에 위치한 부경대학교 교수진들이 동북아해역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위치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역사 속 부산과 오늘날 부산을 이으며 해역도시 부산의 역동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해양력 강화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의 정책에 주목하며 해양수도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지식·사람·문화의 역동적인 교류와 국가 간 첨예한 갈등이 공존했던 동북아해역. 그 속에서 인문네트워크는 전개되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기존의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더 나아가 해역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문학을 바라볼 수 있게 하며, 시공을 넘나든 동북아해역에 대한 해양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21세기 해양시대는 또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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