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행정가로 외도 중인 정치학자, 강경태 신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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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가로 외도 중인 정치학자, 강경태 신라대 교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6.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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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이 사람]
- 디자인은 창조, 융합, 혁신…대학도, 정치도 디자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디자인으로 여는 미래, 디자인으로 행복한 부산’ 부산 해운대 센텀로에 위치한 부산디자인진흥원의 미션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한국 디자인 산업의 선진화를 주도하는 대표 기관이다. 그런데 이 기관의 수장이 상식을 뒤엎고 업계 아웃사이더인 정치학 교수 출신 강경태 원장이다. 그는 신라대 국제학부 정치학 전공 교수 출신이다. 강 원장은 부산디자인진흥원을 맡아 전국 최고 수준의 평가와 함께 2년 연속 부산시 산하 일자리창출 최우수기관의 성과를 내 임명 초기 디자인계의 반발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디자인은 거의 모든 분야와 융합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 그 효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화의 핵심 키워드는 '디자인'"이라는 그는 21세기 융·복합 시대는 모두가 디자인적 사고를 가져야 하는 시대임을 강조한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접목이 자유로워진 시대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으로 전공한 학문과 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부드럽게 잇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시아 디자인의 허브도시, 부산’이라는 미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도전적 행보 중인 강경태 원장을 이메일로 만났다.

▲ 20.05.19 디자인 공공기관장 협의회
▲ 20.05.19 디자인 공공기관장 협의회

▶ 우선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기관은 「부산디자인센터」라는 명칭으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디자인 진흥을 위해 2006년 산자부가 지원한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저희는 디자인 측면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해 이들의 성장을 돕지요. 디자인을 통한 부산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지원 디자인 사업뿐 아니라 디자인을 통한 창업지원, 인재양성, 취업지원 등 일자리 창출 부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등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업도 진행하면서 디자인 진흥이라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사명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 “아시아로 도약하는 디자인 융복합 중심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베트남 「하노이디자인교류사무소」를 개소하여 글로벌 거점을 확보했으며, 지난 37년간 부산 지역 내에서 진행되어 오던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를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International Busan Design Award: IBDA 입다)」로 확대·개최하는 등 부산의 인적?물적 디자인 역량을 아시아에 수출하는 “디자인 세일즈 리더”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정치학 교수와 디자인진흥원 원장, 많은 이들에게 익숙지 않은 결합입니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디자인 진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사실 ‘디자인’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미적인 것’, ‘예술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협의의 디자인 개념입니다. 디자인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 ‘혁신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봐야합니다.

그 동안 디자인 전공의 전임 원장님들께서 우리 진흥원과 지역 디자인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에 외부 전공자의 시각이 융합되면 디자인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으로서 다양한 대외 활동의 수행에 있어서, 그리고 국제화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펼치는 데에도 제 전공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부산디자인진흥원
▲ 부산디자인진흥원

▶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디자인’의 정의(definition)는?

디자인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으로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 전체적인 프로세스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자인 과정을 통해 과업 수행 시 효율을 극대화하여 저비용·고효율 시스템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입니다. 선진 국가들은 디자인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중점 육성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기업체는 해당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디자인을 적극 활용한 경영전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력과 디자인 마인드로 무장하여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입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AI에게 지식으로는 이길 수 없지만, 감성으로는 이길 수 있는데, 인간감성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 2018년 12월 취임 후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낸 걸로 압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과나 사업이 있다면?

저의 임명 배경이 이미 세계 6~7위권, 아시아 1~2위권인 우리나라 디자인을 더 발전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비디자인인으로서 이미 발전된 디자인을 우리사회 다양한 부문과 해외에 전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임명 초반 비전문가가 왜 왔느냐는 비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디자인계 내외 많은 분들께서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서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일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관명칭 변경이었습니다. 기존의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센터’가 주는 다소 협소한 이미지로 인해 정부 프로젝트를 신청, 추진하는 데 많은 장애가 있었고,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디자인 기관들의 협조로 명칭 변경의 타당성을 산자부에 적극 건의하여 ‘센터’에서 ‘진흥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비즈니스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저희 진흥원은 산자부와 부산시 지원으로 ㈜파크랜드와 함께 올해 안에 남성용 정장을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 기반 생산체계 구축 및 서비스 시범매장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파크랜드가 보유한 기존 데이터에서, 고객의 체형에 맞게 수정 부위에 대한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패턴 변경이 가능한 CAD-CAM 솔루션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봉제 제조기술 및 ICT를 접목하여, 수주에서 배송까지 통상 소요 기간이 14일에서 3일로 단축 가능하여 글로벌 제조기술력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이 한국형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38년간 진행된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를 작년에 국제디자인어워드(IBDA)로 격상시켰고, 2020년 그 규모와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가와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디자인산업 교류 및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데이터베이스화, 현실화, 상품화 될 수 있도록 플랫폼(아시아디자인플랫폼)으로 연계해 운영될 예정입니다.

▲ 20.06.04 덕분에 챌린지
▲ 20.06.04 덕분에 챌린지

▶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자인 (or 디자인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앞서 말했듯,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인간 감성의 영역이며, 디자인이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로봇이 인간의 많은 활동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감성을 잘 표현하는 디자인이 첨부되면, 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작동될 것입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자인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더욱 초점을 맞춰, 모두의 편의를 도모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사회적 통념과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각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디자인 산업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은?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양성·배출함으로써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디자인 전공에서도 기존의 시각이나 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AI, VR, 빅데이터, 공공, 환경 등 다양한 영역으로 디자인을 확장하는 시스템 형성이 중요합니다.

저희 기관도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실무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하며 느끼는 것은 대학에서의 교육이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정도까지는 아직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각종 시설들도 산술적 효과보다는 디자인이 대폭 강화되어 다시 찾아오고 싶은 도시, 추억에 남는 도시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학교 교육에서 공공디자인 강화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특별히 대학 혹은 대학생과 연계된 프로그램이나 사업이 있다면?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지역산업 맞춤형 디자인 인력양성 사업’으로 실무중심형 훈련과정을 운영 중이며, 또한 채용예정자 대상으로 ‘웹디자인 전문가’, ‘편집디자인 전문가’ 과정을 비롯해 취업 시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을 교육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양성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디자인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 기업에 청년 채용을 직접 연계하여 지원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실무역량을 높여 디자인 전문 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희 진흥원이 올해 2년 연속 부산시 산하 19개 출자출연기관 중 일자리 부문 최우수기관이 되었습니다.

▲ 20.06.05 화상회의 중인 강경태 원장
▲ 20.06.05 화상회의 중인 강경태 원장

▶ ‘디자인’을 광의의 개념으로 볼 때, 우리나라 대학은 어떻게 새로이 ‘디자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는 5~600백년, 우리나라는 약 100년 정도 됩니다.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익힌 지식으로 평생직장을 구하는 방식, 즉 대학이 1평생 1직장 패턴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 위주의 3차 산업혁명시대가 불과 20여 년 전에 확산되었는데, 벌써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5차, 6차 혁명이 싹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획기적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평생 하나의 직장이 아니라 여러 개 다른 종류의 직장을 선택해야 되는 다단계인생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4년간 전공 하나를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시대가 아니라 뭐든 잘 배우고 빠른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대학으로 새롭게 디자인돼야 하겠습니다. 일찍이 마가렛 대처 영국수상은 “모든 공직자는 디자인을 고민하라, 그렇지 않으면 직에서 물러나라! (Design or Resign!)”고 설파했습니다. 이제 대학이 학과간의 경계, 학년간의 경계, 학기간의 경계 등을 보다 유연하게 디자인하여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효율적으로 적응해야 하겠습니다.

▶ 디자인과 정치, 그 관계를 규정짓는다면?

정치학 원론 첫 부분에 정치란 ‘모든 문화를 수렴하고 다양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소개한다고 들었습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도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과학을 통해 우리 주변에 산재한 여러 문제점을 찾아내서 해결해 나갈 때 오랫동안 다져온 디자인 테크닉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이 범죄예방, 살기좋은 도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력을 증가한다든지, 도시재생, 환경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디자인 중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가 있습니다. 범죄가 범죄인 개인의 특성으로 유발될 수도 있겠지만,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고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공·폐가를 없애거나 다른 시설로 전환한다든지, 비상벨 설치나 벽화 설치 등 골목을 밝고 안전하게 구성하면 해당 지역구 내지 도시 전체가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디자인의 한 영역인 공공디자인이 정치인의 ‘살기좋은 도시’ 공약을 가장 잘 실현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신라대 국제학부·정치학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로 부임하여 부산경실련 운영집행위원으로도 활약했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교환교수,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으로 있으며 21세기정치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 (재)부산디자인진흥원(Design Council Busan)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수도권 중심의 디자인 정책을 벗어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부·울·경의 디자인 산업을 육성·발전시킴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주요 기능은 디자인 진흥 및 지역특화 디자인 사업으로 기업의 디자인 개발지원, 디자인 인력양성, 취업 및 창업지원, 디자인 정보제공과 함께 디자인관련 신규 사업 발굴 및 국비 유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창조적 전문 경영체제를 정착, 자립과 성장을 위한 재원의 확보, 차세대 성장산업 디자인 프로젝트 발굴, 지역 특성에 맞는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부산디자인진흥원 전경
▲ 부산디자인진흥원 전경

<연혁>
2007. 04: 부산디자인센터 개원
2018. 12: 제38회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 이관 및 개최
2019. 01: 부산광역시 공공기관 “2018년 일자리 창출 실적 평가” 1위
2019. 03: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종합만족도 평가 전국 1위
2019. 09: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부산디자인진흥원’으로 기관명 변경
2019. 12: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 개소
2020. 02: 부산시 2년 연속 일자리 통합평가 ‘최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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