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의 목적은 전문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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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의 목적은 전문성 향상
  •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 승인 2020.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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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

최근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하부기관인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둘러싼 조직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일의 전말은 대강 이렇다. 즉,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커다란 고통을 겪는 가운데 우리 질병관리본부의 활약으로 그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는 국내외적 평가에 따른 일종의 조직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오해될 소지가 없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고위공무원직 <1급>이 책임지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정무직인 <차관급>이 책임지는 <청>으로 격상시키자는 것이 그 골자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 연구센터(연구소로 개편 예정)를 질병관리본부 산하가 아닌 보건복지부 직속으로 가져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자 질병관리본부의 확대 개편안을 지지하던 여론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다. 언뜻 보면 같은 보건복지부 하부기관들인 이런 조직들이 ‘여기 있으면 어떻고 저리 가면 어떤가’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이라는 것이 그처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면’ 처음부터 조직개편의 필요 자체가 없었을 것이 아닌가. 그러면 도대체 관료들은 왜 정부의 조직개편에 그처럼 매달리는가 하고 물을 것이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말해서 겉으로는 정부 조직 간의 권력다툼으로만 보일지 모르나 그 속은 소속 관료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깊이 관련되어있기 때문이다.

관료들에게는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의 복리를 결정하는 것이 다름 아닌 보직과 승진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열어주거나 또는 닫아버리는 결정인 조직개편에 전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즉, 개인의 승진은 물론이고 같은 직급일지라도 다른 직책으로의 보직 변경이라는 것은 일을 직접 하는 관료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개편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되면 꽉 막힌 승진의 숨통이 트일 수도 있고 잘못되면 조직개편이 오히려 승진의 기회를 축소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원래 안은 질병관리본부가 <청>급으로 승격되면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본부가 ‘죄지·우지’ 해왔던 인사권이 차관급인 청장에게 귀속되어 본부의 권한은 오히려 줄어드는데 거기에 국립보건연구원까지 그들 산하로 들어가면 일부에서는 본부의 인사권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에서 나온 자구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정부 부처들의 조직개편안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약 15년 전 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국제민간항공기구)는 한국 정부에게 항공 업무만을 전담하는 조직개편을 권고해왔다. 이것은 그 당시 잦은 항공사고 등 항공 안전관리 문제가 국제적 관심이 된 데 따른 그들의 조치였다. 이런 권고를 접한 우리 정부는 건설교통부로 하여금 그 문제 해결방안을 제안하도록 지시한다.

건설교통부는 당시의 <국> 단위의 항공 업무를 독립된 <항공청>이 아닌 본부장급인 항공본부로 개편하는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의 다른 장관들까지도 항공 업무를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본부급>으로는 역부족이고 독립된 인사권이 행사될 수 있는 <청>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었으나 그런 충고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교통부가 항공 업무를 <청>급으로 승격시키면 본부의 인사권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항공정책과 업무는 아직도 순환보직 인사제도의 결과로 인하여 가끔은 비(非)항공 전문관료들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전문 관료의 양성을 위해서는 한 우물만 파게 하는 인사정책과 조직개편이 필요한데 부처 이기주의적 백화점식 다종의 기능을 떠안다 보면 순환보직이 불가피하고 이런 인사정책 하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인재도 30년간의 순환보직 후에 남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관리능력뿐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펨부록 캠퍼스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한양대 명예 및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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