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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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유튜브
  • 조동일 논설고문/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0.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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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칼럼]

신문이 으뜸가는 소통 매체인 시대가 오래 지속되었다. 신속한 보도나 권위 있는 사설로, 세상을 뒤흔드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세상을 향해 할 말이 있으면 신문에 글을 실어 알리고자 했다. 신문 칼럼을 계속 맡아 쓰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나도 그런 영광을 이따금 누렸다. 어느 신문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맡아 쓰는 필진으로 위촉되어 여러 해 동안 쓰고 싶은 글을 써서 신이 났다.

그러면서 무언의 제약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신문사의 요구에 따라 지정곡을 불러야 하는 경우는 어쩌다가 한 번 있어 길게 시비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선택한 내용과 표현으로 자유곡을 부르는 것이 그리 자유롭지 않아 고민이었다. 신문사가 바라는 바가 내 생각과 달라 그만둔다고 했다.

신문의 시대는 가고 방송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신문을 구독하라고 돈을 들고 다니면서 권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담하다. 신문뿐만 아니라 인쇄물은 무엇이든 인기가 없다. 내 책 판매 부수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신문사도 방송을 개업해 새로운 활기를 얻으려고 한다. 유선방송이 엄청나게 늘어나 소통이 넘치게 된 것 같다. 방송에서 하는 소통은 신문보다도 더욱 일방적이다. 출연 요청을 받고 장시간을 수고한 결과가 화면에 몇 초만 나타난다. 취재진이 내게 찾아와 장시간의 인터뷰를 제대로 하고 그대로 방영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이제 방송의 시대는 가고 유튜브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광고가 신문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유튜브로 이동해 천지개벽이 이루어진다. 유튜브는 자본이 없어도 할 수 있고, 인가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쉽게 개설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나라 안에 머무르지 않고, 온 세계로 열려 있다. 소통이 넘치는 시대를 유튜브가 만들었다.

그렇지만 보여주는 것들의 수준이 문제이다. 새로운 탐구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을 제공하겠다는 것들은 내용이 진부하거나 부정확하다. 시사물에는 상상한 사실을 근거로 삼는 일방적인 주장이 넘친다. 보는 사람이 많아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노리고, 별별 해괴한 짓거리가 난무하고 있다.

신문을 밀어내고 방송이 행세하고, 방송을 누르고 유튜브가 득세하면서, 전달하는 내용의 지적 수준이 한 단계씩 하강했다. 누구나 무식하게 하는 하향평준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인은 신문도 구독하고, 중년은 방송도 시청하면서 버티지만, 젊은이들은 유튜브만 상대하고 있다. 소통의 확대가 무식의 증폭을 가져온다. 장차 유식은 깡그리 사라지고, 무식이 천하통일을 달성할 것 같다.

이런 사태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글을 써서 개탄하거나 방송에 나가서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유튜브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이들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나도 유튜브에 참여하기로 했다. 별별 해괴한 것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나무라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아무 효과도 없다. 차분하게 쓴 글을 동영상이 아닌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읽어나가 생각을 해보라고 한다. 발견하고 각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조동일 문화대학’이라는 것을 개설하고 강의를 한다.

선진국을 따르면서 원망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어, 세계사의 대전환이 요망된다. 우리가 앞장서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나라 안팎에서 일제히 하는 말이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인류 본연의 창조주권을 되살려 새로운 시대 설계의 기본 원리로 삼아야 한다. 문학에서 철학하는 조동일(학술원회원)이 이에 관한 지론을 펼쳐낸다.

이런 말을 앞세우고, <창조주권론>을 강의하려고 글을 쓰고 준비했다. 두 대목 <대등사회가 자랑스럽다>, <시민의식인가 대등의식인가>를 <대학지성 in&out>에 올려 선을 보이고 평가를 기다렸다. 찾아 읽은 분이 많고 화제에 오르는 것을 보고 크게 고무되어, 유튜브를 시작하는 용기를 얻었다.

<창조주권론>은 내 학문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성과인데, 책으로 출판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유튜브에 올린다. 책을 내도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을 탄식하지 않으면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열어 앞서 나간다. 책을 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쓰자마자 발표하고,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분들과 직거래를 하니 아주 좋다.

책으로 출판하면 어렵고 복잡하게 쓸 것인데, 누구나 즐기면서 친해질 수 있도록 쉽게 펼쳐낸다. 곁가지는 생략하고 알맹이만 풀어내니 논의가 선명해진다. 발표 방식과 문장 서술 양면에서, 내 학문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학문의 역사에서 일어난 대전환이기도 하다고 평가해주기를 기대한다.
 

조동일 논설고문/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학대학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학술원 회원으로 계명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중국 연변대학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서사민요연구>, <한국문학통사>(전6권), <우리 학문의 길>, <인문학문의 사명>,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전3권), <대등한 화합: 동아시아문명의 심층>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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