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이 전복돼야 하는 6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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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이 전복돼야 하는 6가지 이유
  • 고현석 기자
  • 승인 201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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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표면적으로만 보면 대학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진학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전문가들로부터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일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선진국의 경우 약 40%)이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대학 진학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 선택이 항상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 하버드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 하버드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미 하버드 대학에서 발간하는 경영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근호는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 면에서 본다면 대학에서 학위를 따지 않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손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자리를 얻는 데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이 분석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큰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로 오늘날의 ‘디지털 퍼스트’ 세상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모든 세대에게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법을 가르쳐-그것도 매우 빠르게-이들 세대가 일(또는 일자리)에 의해 변화를 강요당하지 않으면서 일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대학 학위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처음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마주쳤던 어려움, 고용주들의 좌절(적당한 사람을 찾고 그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데서 오는 좌절감)을 직접 겪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맨파워그룹(Manpower Group)’의 고객 대부분은 자신들이 대학 졸업생들의 스킬을 업그레이드시키고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강의실에서는 잘 먹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스킬’을 가르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맨파워그룹이 직업 스킬을 훈련시켰던 미 컬럼비아대학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학생 대부분은 최고의 학부 과정을 거쳤음에도 막상 일자리를 구할 때는 현실과 절충해야 했다.

대학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현재까지도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고등교육을 전복시킬 수 있는 분명한 방법도 없는 상태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 현장을 넘어섰을 때 막상 직면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분명 어떤 지점에 대안이 존재할 수 있으며, 고등 교육이 전복돼 현재와는 다른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그 근거가 되는 6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 예일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 예일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첫 번째, 고용주들은 단순한 지식이나 학위보다는 스킬을 간절히 원한다. 산업화된 세상은 현재 전대미문의 ‘일자리 붐’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처럼 일자리를 찾기 쉬운 시대는 없었다. 문제는 ‘미스매치(mismatch)’다.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의 불일치다. 이런 불일치가 일어나는 이유는 ‘자격 과잉(overqualified)’이다. 또한 대학 졸업생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실제로 대학 교육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일과 직결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의문도 존재한다.

두 번째, 학생들은 지식이나 학위보다는 일자리를 원한다. 대학을 마치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학 학위를 가지고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경제적 안정을 주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프린스턴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 프린스턴대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세 번째, 학생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점점 더 적게 배우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영역이 고등교육 비용이다. 등록금 대출 증가에 따라 대학생들의 부채는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부채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대학 교육의 부가가치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네 번째, 학생들은 대학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대학을 나온다고 누구나 CEO나 고위관리자가 될 수는 없다.

다섯 번째, 명문 대학 대부분은 교육을 희생하고 연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학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의 순위는 학생 교육이 아닌 연구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학생 교육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그를 통해 연구비를 확보하는 과정보다 뒷순위에 있다. 따라서 최고의 교수들은 강의에 집중할 수 없게 되며 그로 인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UCLA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 UCLA 전경. 사진제공=구글(www.google.com)

여섯 번째, 대학은 실적주의를 부추기고 불평등을 강화한다. 대학 학위의 부가가치는 재학생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반비례한다. 게다가 명문 대학 졸업생이 누리는 혜택은 그 대학들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부와 명성, 인맥에 의한 것이다. 즉 처음부터 대학의 순위는 본질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고등교육 모델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끊임없는 재교육을 통해 고등교육을 직업과 평행 선상에서 접근하는 기업과 개인의 것이다. 미래의 성공은 학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응용하고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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