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명곡인 이유...그 근원을 파헤치다
상태바
‘아리랑’이 명곡인 이유...그 근원을 파헤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아리랑은 왜 명곡인가? | 정동화 지음 | 이지출판 | 176쪽
 

지금까지는 ‘아리랑’ 연구에서 대부분 가사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고, ‘아리랑’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그릇에 해당하는 음악적 특성인 멜로디에 대한 본질적 연구는 거의 소외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아+리+랑’ 후렴을 의미 있는 가사로까지 연구하는 것이 주였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리랑’의 멜로디는 노랫말을 담는 그릇, 노랫말은 그릇에 담기는 음식물에 비유된다. 그런데 민요 형식의 2대 특징 중 첫 번째가 후렴(여음)이다. 그 예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이다. ‘아+리+랑’도 멜로디를 나타내는 음소일 뿐이다. ‘아리랑’ 노랫말의 뜻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아리랑을 따라 부르는 것은 ‘아리랑’ 멜로디의 특징 때문이지 결코 가사 때문은 아니다.

멜로디는 세계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기호이다. 즉 외국인들이 ‘아리랑’에 놀라울 정도로 공감하고 따라 부르는 것은 멜로디의 특성에 있지 가사의 뜻을 알고 공감돼 부르는 경우는 전혀 없다. 이 책은 ‘아리랑’의 음악성을 그릇에 비유한 ‘아+리+랑’ 후렴에 대한 본질적인 음악적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성과 사상, 정신, 풍속 등 한국 문화를 연구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인 아리랑 가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 근원을 파헤쳤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으며, 1장은 ‘아리랑’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 ‘아리랑’은 한국의 가장 대표되는 민요이다. 민요의 민(民)은 주체가 민중이고, 요(謠)는 민중이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순수한 우리말로는 ‘소리’이다. 이는 ‘민중의 소리’를 뜻한다. ‘노래’가 모든 종류의 음악, 시조, 가사, 별곡 등의 총칭이라면 ‘소리’는 민요나 잡가, 판소리 등의 민중의 노래라는 개념을 포괄한다.
 
‘아리랑’은 민중의 노래로 ‘소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리랑’은 서사민요에 해당하는 서구의 ‘발라드’와는 구별되는 서정민요가 주종을 이루는 ‘포크송’에 해당된다. ‘서울(경기)아리랑’의 곡조의 특징은 간결하고 부르기 쉽다는 것이다. 열린 선율을 가진 노래로 청자의 괴로움이나 아픔까지 치유하는 더없이 공감대가 큰 노래다. 슬프게 느껴지나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노래로 음악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또 평온한 가운데 에너지가 넘친다. 거기에 행복과 슬픔을 느끼면서 깊고 포용력이 있는 소리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소리로 한국인의 영혼을 느낀다고까지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세계성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처음으로 한 이는 1950년대 작곡가 이흥렬(1909~1981)이다. 그는 ‘서울(경기)아리랑’ 곡조의 장점을 "간단하고 단순한 것인데 그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라며, "그것이 다른 민요보다 유난히 잘 외국에 소개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근래 민요 중 ‘창부타령’이나 ‘닐리리야’의 후렴부는 노랫말의 일부로 쓰였지만 실제는 악기 소리를 흉내 내거나 흥을 돋우는 음소이지 의미 있는 가사는 아니다. ‘뜻 없는 후렴’으로 특히 ‘창부타령’의 후렴의 기원은 근년에 무당 노래에서 파생된 것으로 피리나 혹은 젓대라는 악기의 구음을 차용한 소리이다. 이들을 비롯해 근래의 지경소리인 “에헤리 달공” “쾌지나 칭칭 나네” “늴리야 늴리야 얼씨구나” “강강수월래” 등도 들 수 있다. 고려 민요 중에도 ‘동동(動動)’은 이미 의미 있는 어휘가 아니라 음을 차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후렴에 의미 있는 어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려 민요 ‘가시리’의 “위증즐가 太平盛代”의 ‘태평성대’는 의미를 나타내기는 하나 이 문맥에서그것보다는 전체적 맥락인 음악적 운율의 기능이 본질이라고 본다. 또 ‘정석가(鄭石歌)’의 “딩아 돌하 에이여라 방아 흥에로다” ‘방아타령’의 “아하 에이오 에이여라 방아로다” 등도 같은 역할이다. 이것들은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보다 조흥적이고 조율적인 역할로 쓰인다는 것을 전체 문맥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민요의 대표적인 두 번째 특징 중 하나는 제목이 없다는 점이다. 소리가 오랫동안 불려진 후 ‘아리랑’ 같이 소리 중심이 되는 어휘를 후세 사람들이 가리킬 때나 기록할 때 그 소리의 대표적인 특징이나 중심 어휘를 따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와 다른 경우는 소리 내용의 특징을 부르는 것이다. 전자의 예가 ‘동동(動動)’, ‘가시리’, ‘쌍화점’이고, 후자의 예가 ‘처용가’, ‘쌍화점’, ‘사모곡’, ‘청산별곡’, ‘정석가’, ‘만전춘’ 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