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최초의 유산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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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최초의 유산 '신화'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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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신화 콘서트: 통으로 읽는 세계 7대 신화 | 김상훈 지음, 조금희 그림 | 행복한작업실 | 428쪽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신화에는 세상의 탄생과 인간의 기원,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선사 시대 인류와 고대인의 공통된 인식이 투영돼 있다.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하는 욕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신화는 수만 년의 간극을 건너오며 학문과 예술, 문화 콘텐츠의 자양분으로서 상상력을 자극해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와 문명권의 신화를 섭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서사가 너무나 방대하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만 따라가다가 지치고 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릴 때 이야기 초기에 등장하는 몇몇의 등장인물만 입에 맴도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책은 세계 7대 신화의 핵심적인 맥락을 짚고, 각 신화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치며, 신화의 이야기들에 투영된 인류의 오랜 의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일찍이 동서양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많은 사랑을 받은 『통 세계사』의 저자가 이번에는 신화라는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했다. 신화는 지적 존재로 거듭난 인류가 만든 최초의 유산이다. 신화는 지적 활동의 원형질로서 생식과 분화를 거듭하며 종교가 되고 학문이 되고 예술이 되었다. 현대인들이 누리고 있는 ‘문화’라는 이름의 거대한 콘텐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김없이 신화와 맞닥뜨리게 된다. 수십만 년 전 태동한 이야기들이 아득한 시공간을 건너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신화 속에 인류의 보편적 질문과 욕구와 감정이 고스란히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과학 문명을 자랑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 지식 창고에서 상상력을 빌려 쓰고 있다.

신화를 구성하는 갖가지 사건들은 인간의 본성과 욕구를 드러낸다.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애증과 배반, 분노, 저주, 용서, 화해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비도덕적이고 허점투성이의 막돼먹은 이야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신화는 소설을 쓰듯이 논리적인 플롯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솔직하고도 원시적인 감정과 감각이 잉태하고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신화를 일컬어 ‘고고학적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근대에 태동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수많은 용어들이 신화에서 비롯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인문학과 예술의 지식들이 신화를 알아야만 보다 선명해지는 사실 역시 신화가 ‘인간’을 다루는 이유에서다. 신화는 초월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내면을 드러낸 장대한 이야기이자, 역사로 기록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한 세계사의 ‘외전’이다. 오늘날까지 신화가 효력을 발휘하고 현대인의 일상에 침투할 수 있는 것은 문명에 의해 가공되기 이전 ‘날것’ 그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7대 신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야기만 다뤘다. 그리고 각 신화들 사이에 놓여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각 지역과 문명권마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 신화에도 이러한 색채가 드러난다. 또 신화 속에 드러나는 각 민족과 인종의 세계관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지금 우리의 삶과 신화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가 하는 점에 집중했다. 신화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신화에서 어떤 지식과 지혜를 얻을 것인지, 학문과 예술 속에 신화가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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