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사랑하라, 지금 그대로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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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사랑하라, 지금 그대로의 ‘나’를!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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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반야심경: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 야마나 테츠시 지음 | 최성현 옮김 | 불광출판사 | 176쪽
 

《반야심경》은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수많은 경전 중에서 길이가 가장 짧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짧은 경전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작 265자에 불과한데 왜일까? 워낙 함축적이라 원문만을 읽고서는 그 뜻을 온전히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결코 난해하고 고루한 경전이 아니다. 서양철학 연구자인 저자의 눈으로 본 《반야심경》의 핵심은 바로 ‘행복’이다. “《반야심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하여 행복을 얻는 길, 그것 하나다.” 2,600년 전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붓다가 밝혀낸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이론 설명에 치중하기보다 실용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 지침으로서 《반야심경》을 푼다.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반야심경》에 담긴 붓다의 가르침을 매일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어려운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문맥에서 《반야심경》을 풀이한 것도 차별점이다.
 
세상에서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최종 목적이 행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사는 게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행복에서 더 멀어지는 기분이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ārtha)는 인류 역사상 그 누구보다 오래, 또 깊이 이 문제를 탐구했다.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고자 왕자의 신분마저 버리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긴 고행과 수행 끝에 마침내 답을 찾았다. 흔히 우리가 불교라고 부르는 것, 사성제(四聖諦)·팔정도(八正道)·연기(緣起)·공(空) 등 불교의 핵심 교리라 일컫는 이것들이 바로 그가 찾은 행복의 열쇠이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가 발견한 행복의 길보다 더 나은 길은 나오지 않았다. 시대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그의 가르침을 듣고 따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보다 먼저 행복의 길을 밝혔고,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삶의 이치를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깨달은 자, 붓다(Buddha)라고 부른다.

《반야심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괴로움, 공(空), 반야의 지혜이다. 괴로움이란 삶 자체가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가르침이다. 공은 세상에 완벽히 독립적인 존재란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존재한다는 가르침이다. ‘나’,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그런 생각이야말로 괴로움을 불어오는 근본 원인이라는 게 골자다. 마지막으로 반야의 지혜란, 매 순간 자신이 연결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과 욕망을 즉각 알아차려 자동적인 반응을 멈추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불교를 몰라도 붓다의 가르침을 안 것이며, 소위 ‘깨달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앎에는 수준이 있어서 깊이 체득하여 삶을 변화시키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때 유용한 것이 팔정도(八正道, 여덟 가지 바른길)이다 -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정사(正思) 바른 생각, 정어(正語) 바른 말, 정업(正業) 바른 행동, 정명(正命) 바른 생활, 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 정념(正念) 바른 알아차림, 정정(正定) 바른 마음의 통일.

Ⓒ 반야심경
Ⓒ 반야심경

팔정도는 붓다의 근본 가르침 중 하나로 괴로움에서 벗어나 대자유에 이르는 여덟 가지 수행법이다. 이중 저자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언제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행동 지침으로 정념(正念)과 정정(正定)을 권한다. 익숙한 말로 표현하면 ‘지켜보기’와 ‘명상’이다. 매 순간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유심히 관찰하고, 틈틈이 자신의 정신과 하나가 되어 지내는 시간을 갖는 일이다. 이 두 가지는 지금 여기,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기술이자,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연습이다.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것─지나간 것, 오지 않은 것, 내가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붓다는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롭게 산다고 여기지만, 실은 온갖 것들로부터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붓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 물건을 손에 쥐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내가 원해서, 내 자유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붓다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 없다면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바라기밖에 할 수 없을 때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닌, 욕망에 사로잡힌 상태라는 것이다. 화나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에 몰려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화를 낼 때,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로 화를 내는 게 아니다. 화라는 감정에 붙들려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렇듯 우리 삶은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데, 자유롭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행복을 자꾸 바깥에서만 구하려고 하므로 시간이 가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좋은 집, 좋은 차, 명문 대학, 일류 기업…… 보통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이라 여기는 이것들은 실제로는 행복과 별 상관이 없는 ‘욕심’에 불과하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 낸 환영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주어졌을 때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붓다는 바깥에서 찾는 한 행복은 요원하다고 말한다. 바깥으로부터 바라는 게 물건이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이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금 ‘나’에겐 무언가가 부족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실은 그런 생각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다. 우리에게는 행복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부족한 게 없다. 단지 자신에 대한, 행복의 조건이라 여기는 것들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붓다가 찾은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은, 지금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붓다는 ‘삶은 괴로움’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한 그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으며, 누구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그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먼 훗날 어느 곳에서가 아니라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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