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패권을 거머쥐었던 몽골제국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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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패권을 거머쥐었던 몽골제국의 필독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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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몽골제국의 후예들: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348쪽

 

이 책은 티무르제국, 북원 등 몽골제국의 계승국가들부터 러시아, 오스만제국 등 몽골제국에 막대한 영향을 받은 유라시아의 제국들까지 살피며 몽골제국이 중앙유라시아에 남긴 유산들을 총망라한다. 오늘날의 몽골과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인도, 서아시아와 중동의 지역 강국들인 터키와 이란, 중앙아시아의 맹주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수많은 유라시아 국가들이 몽골제국의 계승국가이거나 몽골제국의 유산 위에서 변화·발전한 나라이며, 이런 의미에서 근대 유라시아는 몽골제국의 산물이자 유산이라고 말한다. 또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지식 정보를 40여 개 상자글로 아낌없이 담았다. 달라이 라마의 탄생, 맘룩 술탄국과 몽골제국과의 연관성, 몽골제국 후예들의 투르크인 정체성, 근대의 ‘이란’ 정체성의 부활 등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남긴 여러 흥미로운 유산들은 몽골제국과 그 이후의 유라시아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매우 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몽골제국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았다. 칭기스 칸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후 몽골제국은 13세기 중반에 이르러 동으로는 태평양에서 서로는 지중해, 남으로는 인도양에서 북으로는 바렌츠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는 세계 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힘을 과시했던 몽골제국은 1260년에 칭기스 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이 대칸의 자리에 오른 시점부터 중앙집권적 제국이 아닌 4대 울루스 병립 체제를 이뤘다. 몽골 초원과 중국, 티베트를 지배한 대원 울루스, 아나톨리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서아시아 일대를 지배한 일 칸국, 킵착 초원과 러시아 지역을 지배한 주치 울루스, 투르키스탄과 천산산맥 북방의 초원 지역을 지배한 차가다이 울루스가 몽골제국의 4대 울루스다.

이 책은 칭기스 칸이 구축한 ‘팍스 몽골리카’(주치 울루스, 차가다이 울루스, 일 칸국, 대원 울루스를 아우른 대제국)가 14세기 중반 이후 해체되면서 18세기에 이르기까지 400여 년에 걸쳐 명멸한 국가들을 짚어보면서 근대 중앙유라시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몽골제국의 울루스들은 14세기 중반 전후 공통적으로 혼란기를 거치며 약화되거나 분열되었다. 하지만 15세기 초 소멸한 일 칸국의 계승 세력을 제외하고는 17세기 말까지 유라시아 대륙 각지에서 강력한 군사·정치적 세력을 유지했으며, 특히 16세기에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서투르키스탄을 지배한 서차가다이 울루스에선 칭기스 일족의 권력이 약화되고 몽골계 부족장들이 실권을 장악했는데 이들 중 한 명이 몽골계 바를라스 부의 티무르였다. 그는 활발한 정복활동을 펼쳐 차가다이 울루스, 주치 울루스, 잘라이르 왕조를 통합하며 몽골제국의 서반부를 재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델리 술탄국, 맘룩 술탄국, 오스만제국까지 차례로 제압하고 러시아 남부에서 북인도와 아나톨리아에 이르는 제2의 몽골제국을 건설했다. 티무르의 사후 티무르제국은 그 영역이 중앙아시아의 정주 지역으로 축소됐지만 티무르의 후예들은 서구 학자들이 ‘티무르 왕조의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문예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책은 4대 울루스들을 중심으로 포스트 몽골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4세기 중반 이후 400여 년 동안의 몽골제국 후예들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를 통해 몽골제국이 중앙유라시아 곳곳에 남긴 유산들을 살핀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몽골제국사, 유목민족제국사를 강의해온 저자는 2017년 『카자흐 민족의 형성과 카자클륵: 포스트 몽골 시기 중앙유라시아의 국가와 민족 형성』이라는 책으로 국제 중앙유라시아학계 최고 권위의 저술상인 중앙유라시아연구학회(CESS) 도서상을 받았다. 이 책은 페르시아어, 차가다이 투르크어 등으로 쓰인 원전 자료를 바탕으로 펴낸 첫 한국어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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