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노조 결성 잇달아…사교련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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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노조 결성 잇달아…사교련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촉구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4.19 19: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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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창립총회…지난달 27일, 초대 위원장에 방효원 교수(중앙대)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육부,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 없이 시행하라!”
▲ 사진제공=사교조
▲ 사진제공=사교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교수들의 노조 결성이 분주하다. 작년 10월 25일 41개 국공립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국교련)에서 산별노조 격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을 창립한 데 이어, 11월 초에는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3월 27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 출범을 선언했다. 또 보수 성향 교수들이 지난해 6월 21일 출범한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도 노조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국교조와 함께 지난 4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를 교수노조 합법화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년 전 헌법재판소는 교수의 노동자성과 노동권에 근거해 교수 노동조합 조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교수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은 법률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권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교수노조는 이날 교육부 장관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보내고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들어갔다. 국교조는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교원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합법적인 교수노조’ 설립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 지난달 27일,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 출범

지난해 7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은 서울소재대학교수회연합회(서교련)와 함께 ‘대학교수노동조합(가칭) 주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교수들의 권익 보호와 고등교육의 발전, 대학의 민주화 등을 위해 교수 단체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1987년 창립된 사교련은 전국 110개교 사립대 교수협의회장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로, 각 대학에는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서교련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경희대·중앙대 등 서울의 9개 대학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당시 주비위원회는 "교수사회는 비정년 트랙이라는 법에도 없는 새 직급의 출현으로 더 피폐해지고 객원·초빙·특임교수 등 비정규직 교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노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주비위 출범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교수들의 노조 결성을 막았던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른 것이다. 현행 교원노조법 2조에 따르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주체는 초·중·고 교사로 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법률에 대해 "교수의 단결권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올해 3월 31일까지 관련 법규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교원노조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일부 국회의원과 고용노동부가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 2조는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주비위원회는 실제적인 노조 결성을 위해 설립준비위원회로 전환했고, 지난 1월 초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사교조 사무실에서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본격 활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총회는 온·오프라인 참여방식으로 진행됐다.

▲ 사진제공=사교조
▲ 사진제공=사교조

이날 사교조는 총회에서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노력 △ 고등교원의 임금 정상화 △ 교수의 권익과 교권, 자존감 회복 △ 사립학교법 개정 △ 황폐해진 고등교육의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사교조 초대위원장은 방효원 중앙대 교수가, 초대수석부위원장은 유원준 경희대 교수가 맡았다.

방효원 사교조 초대위원장은 소감문을 통해 "이제 사교련을 근간으로 하는 사교조가 창립되었다"며 "앞으로 두 단체는 서로 힘을 합해 고등교육의 발전과 대학의 민주화, 그리고 무너진 교권과 교수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사회가 바라보는 교수사회에 대한 시각은 이율배반적"이라며 "한편으로는 지식인으로, 전문가로, 사회지도층으로 존경하지만, 철밥통이라는 용어가 대변하듯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교수들만의 사회를 형성하고 많은 특권을 누리는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수노조는 교육자로서 또한 사회지도층으로서 교수가 지녀야 할 엄중한 도덕 및 사회적 책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교수사회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익 보호와 교권 회복, 학문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 위원장은 사립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최근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 청년실업과 제4차 산업의 도래는 대학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학은 재정과 시설의 확보, 연구와 교육 역량 강화, 사회적 기여와 소통 확대 등을 통해 미래를 모색하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를 위시한 정부 당국과 사립대학 법인들은 대학의 경쟁력 약화 책임을 오로지 교수에게 부가하고 있다"면서 "재정 악화를 핑계로 신임교수 대부분을 비정년트랙으로 채용하고,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핑계로 정부와 대학 법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내버려 둔 채 업적평가라는 족쇄로 교수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 위원장은 "제 역할은 사교조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 교수가 교수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하자"고 밝혔다.

▲ 사진제공=전국교수노조
▲ 사진제공=전국교수노조

◇ 교수노조와 대학 민주주의

이처럼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노조 설립으로 대학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교권 확보 및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려는 교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교수 노조’를 허가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라 마찰이 예상된다.

사실 안정적으로 교육·연구·봉사의 길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교수들 역시 노동자로서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교수가 노동자임을 인정하며,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교수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과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교수노조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와 회의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수사회가 노조 결성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의 노동자 지위 부여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일부에서는 교수의 복지후생 제고 활동도 필요하지만 보다 시급한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구축으로 이를 위한 첫걸음은 다양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대학의 민주화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지관 전 학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명예교수)은 교수노조는 이해단체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어 비정규교수나 대학의 여타 구성원들과 이해관계에 있어 대립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노동자이면서도 이 사회의 권력이자 지식인이기도 한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 교수들의 노동조합이 이같은 이해관계 대립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학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본지 편집기획위원 이하준 교수(한남대) 역시 비정년 전임교수 및 시간강사와 관련해 그동안 교수협의회가 보여준 전형적인 ‘조합주의’적 행태를 지적한다. 교수노조가 각종 대학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승인받을 수 있고, 실제적인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우월성을 지녀야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학내 부정의에 침묵하고 부담 없는 편승의 태도”를 보여온 교수들은 교수노조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존재해야만 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사교련 사립대학 적폐청산 토론회
▲ 사교련 사립대학 적폐청산 토론회

◇ 사교련,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촉구

한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지난 9일 사학혁신 방안의 후속조치를 위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교련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에 대해 2월 28일 후속조치 사항을 진행하는 입법예고를 공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발표된 사학혁신 추진방안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을 담고 있다. 사학 혁신의 주요 과제 중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 설립자 친족 등 학교의 장은 개방이사에서 제외하는 법 △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한을 1년으로 연장 △ 1000만 원 이상 배임·횡령을 저지른 경우 시정요구 없이 임원승인 취소 △ 회계부정 금액기준을 대학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10%, 고등학교 이하는 20%로 강화한 법 △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내용 및 공개시기 규정 △ 조교를 대학평의원회 구성단위에 추가하는 법 등이 포함됐다.

사교련은 "사학은 법 개정을 통해 사회에 투명하고 책임을 다하는 교육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교육부도 사학 부정비리가 완전히 뿌리 뽑히고 사회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중단 없이 개정하고 정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곪을 대로 곪은 사학을 이제라도 교육부가 앞장서서 고치는 것은 사학을 관리·감독할 책무가 있는 국가 행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행위"라며 "교육부는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고등교육 관련법들을 재정비하고 입법되도록 잠시도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학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 고등교육이 발전해 나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립대는 더 이상 구시대적이고 낡은 지배구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번에 내놓은 입법예고는 사학혁신 방안에 대해 그 첫발을 내딛으려는 교육부의 의지로 믿는다. 사학혁신은 우리나라 사학을 바로 세우는 정의로운 길이므로 그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립대학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개혁에 있어 사립대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 방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부가 사립대학에 대학과 연구의 질 제고를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려면 사립대가 공공성에 기반해,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는 반복되고 있으며, 수많은 부정·부당 운영 사례가 교육부 감사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개선책으로 교육부는 강도 높은 사립대 감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부정·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학개혁 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사학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 방안(4건)과 공공성 확대 방안(3건)을 공약했는데, 모두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교육부는 65개 대학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학혁신 과제 30건을 제출했고, 후속 조치로 지난 2월 28일 「사립학교법 시행령」, 「사학기관 재무회계 특례규칙」, 「학교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외에도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립학교법」, 「교원지위향상특별법」, 「공직자윤리법」 등 법령 개정 과제를 더불어민주당이 사학개혁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의 지적처럼 집권 여당으로서 △사학법인 이사회 친인척 비율을 공익법인 수준으로 낮추고, △이사 친인척의 총장 임명을 금지하며, △교수회·직원회·학생회를 법제화하는 등 추가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남는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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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2020-04-25 23:55:53
대학의 적폐인 일부 대학의 종신 총장제도는 법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김정수 2020-04-23 03:53:37
총장 세습제도는 없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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