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고해상 유전자 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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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고해상 유전자 지도 나왔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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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국립보건연구원, 바이러스 RNA 전사체 분석 성공
- "코로나19 치료제·진단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

 

▲ 왼쪽부터 교신저자 장혜식 연구위원, 교신저자 김빛내리 연구단장, 제1저자 김동완 연구원
▲ 왼쪽부터 교신저자 장혜식 연구위원, 교신저자 김빛내리 연구단장, 제1저자 김동완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이는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정밀 진단시약과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 분석으로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한편,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과 여러 가지 RNA의 화학적 변형(최소 41곳)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유전체 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복잡하면서도 숨겨진 비밀들을 풀 수 있는 지도를 제시한 셈이다. 또 유전체와 전사체에 대한 빅데이터를 생산해 후속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했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는 한편, 유전체 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를 생산한다. 이 하위유전체는 스파이크, 외피 등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을 합성하며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을 ‘전사체’라 부른다.

공동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 기존 분석법으로 확인되지 않던 RNA 수십여 종도 발견했고, 융합·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 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최소 41곳에서 RNA에 화학적 변형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RNA 변형은 인체의 선천적인 면역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반응이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 등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 정보를 처음 공개했지만 유전체 RNA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만 머물렀다. 김 단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체 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 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유전정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 RNA 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다.

기존에는 하위유전체 RNA 10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그 중 9개의 하위유전체 RNA만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나머지 하위유전체 RNA 1개에 대한 기존 예측과 다르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남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발견했다. DNA 메틸화처럼 DNA 수준에서 벌어지는 여러 생화학적 변화를 통칭해 후성유전체(Epigenome)라 부르는 것처럼, 전사 후 RNA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화학적 변화는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e)라 한다. 전사 이후 변형된 RNA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번에 발견한 변형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숙주세포에 배양한 바이러스를 불활화한 후, 두 가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함께 적용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특히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나노포어 직접 RNA 염기분석법’을 활용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매우 긴 RNA 염기서열을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직접 분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RNA 염기서열 분석은 DNA로 변환한 뒤 분석하지만, 이 분석법은 RNA 염기를 변환과정 없이 그대로 읽어 분석할 수 있다. 반면 ‘DNA 나노볼 염기분석법’은 염기서열을 한 번에 분석할 수는 없지만 높은 정확도와 대용량으로 분석할 수 있어, 정확도가 낮고 적은 용량을 분석하는 나노포어 직접 RNA 염기분석법을 보완할 수 있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RNA 및 하위유전체RNA 구성, 바이러스 입자 구조의 모식도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RNA 및 하위유전체RNA 구성, 바이러스 입자 구조의 모식도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김빛내리 교수에 대한 관심도 높다. 김 교수는 2004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조교수로 임명된 이후 2006년 마크로젠 여성과학자상, 2007년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레알 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40세 나이로 호함 의학상을 수상해, 역대 수상자 중 가장 젊은 수상자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 2010년 세계적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Cell지 편집위원이 됐으며, 젊은 나이에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인 셀에 지난 9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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