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플럭서스의 발전과 수용, 그 경험적 속성
상태바
20세기 후반 플럭서스의 발전과 수용, 그 경험적 속성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4.20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플럭서스 경험 | 한나 히긴스 지음 | 최병길 옮김 | 아카넷 | 360쪽

 

이 책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us)의 기원과 경과, 의의를 종합하는 학술 기획에서 비롯됐다. 플럭서스는 다다(마르셀 뒤샹)에서부터 존 케이지의 실험 음악, 그리고 인터미디어(딕 히긴스), 개념예술(헨리 플린트), 미디어아트(백남준) 등이 수렴하는 “60년대의 가장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운동”이다. 저자 히긴스는 이 운동의 창안자 조지 머추스너스의 활동으로 축소화되는 플럭서스 비평과 연구를 넘어 예술을 삶의 일부로 보게 하는 ‘경험’에 집중하여 20세기 후반 플럭서스의 발전과 수용을 대담하게 그려낸다.

플럭서스 예술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관객에게 익숙해진 미니멀하고 평범한 재료로 작업했다. 또 완성된 예술작품이라는 산물보다 창작 과정을 강조하는 실험예술 퍼포먼스의 경향을 띠었다. 히긴스는 이러한 작품들에서 생겨나는 관객의 ‘플럭서스 경험’을, 심지어 감각적 공격에 가까운 ‘경험’마저도 자아와 세계 사이의 긍정적인 거래로 묘사한다. 경험은 “인간의 의식과 특정 경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에 함께 내재된 것”이며 핵심적인 플럭서스 작품들이 세상과 작용하는 원리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플럭서스는 1950년대에 단일한 형식이나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 성향을 보이는 전 세계 예술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플럭서스 작품은 일상적인 행위들로 짜여진 ‘이벤트(event)’라는 퍼포먼스 예술과 일상의 물건이나 저렴한 인쇄 카드가 담긴 상자를 관객이 개인적으로 탐색하는 ‘플럭스키트 작품(fluxkit multiple)’의 두 유형으로 대표된다. 히긴스는 이 조합에 집중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관찰하면서 플럭서스 경험이 어떻게 매개되는지 상세히 그려낸다. 히긴스는 플럭서스 예술에서 출발하여 플럭서스를 창조하는 예술가, 플럭서스와 관련된 창작 운동(그리고 이에 대한 비평가와 큐레이터의 인식과 수용), 교육학 전반에 주는 플럭서스 예술의 교훈으로 일련의 동심원을 빠져나오듯 설명을 이어간다.

1960년대에 플럭서스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문화적 행동주의와 연합했지만, 예술가들은 지나치게 규범적이고 협의적인 영역에 갇히는 것에 반대하여 투쟁했다. 이들은 구체시, 시각예술, 도시 계획, 건축, 문학, 출판뿐만 아니라 악보 상연, 네오-다다와 같은 소음 음악, 시간에 기반한 작품을 포함하는 퍼포먼스 이벤트를 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반상업적, 반예술적 감정을 공유했는데 책에서는 이를 “인터미디어”로 설명한다. 히긴스는 플럭서스 예술가인 부모 아래서 성장하면서 플럭서스 운동과 관계하여 자신이 몸소 겪은 바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플럭서스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생동감 넘치는 글로 풀어낸다.

제1장 「정보와 경험」은 이벤트와 키트 작품을 통해 플럭서스에서 일반적으로 작용되는 ‘환상’을 설명함으로써 단일 시점의 통제된 경험을 제공하는 전통적 시각 모델과 달리, 경험적으로 통합된 이해를 주장한다. 제2장 「플럭서스의 도식화」에서는 ‘1963년 슈토크하우젠 콘서트’와 ‘1964년 플럭서스 소식지’에서 비롯된 논쟁을 통해 플럭서스 운동의 예술적 실천에서 공유된 ‘경험’은 사회적 탄력성을 보임으로써 그에 대한 특정한 해석이나 정치적, 미학적 프로그램에 단순히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제3장 「맥락 속에서의 경험」에서는 플럭서스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 내에서 발표된 글과 전시를 소개함으로써 예술의 맥락을 확장해가는 ‘플럭서스 경험’을 조명하고, 이어지는 제4장 「위대한 수용」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플럭서스 예술가들의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경험’의 생성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제5장 「예술 형식으로 가르치고 배우기」는 ‘플럭서스 경험’이 예술 운동을 넘어 교육 일반에 적용 가능한지 검토한다. 프랑스의 예술가 로베르 필리우 교수법인 ‘퍼포먼스 예술’을 고등 교육에 적용하여 검토하면서 이러한 교육학이 삶의 경험을 가로지는 유대감을 창출하고 인류 생존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