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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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공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19.12.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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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스로 정원 감축 유도 … 존폐 위기 맞은 지방대
대학노조·교수노조 반발, 3주기 대학진단 설명회 무산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가 지난 10일 교육부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시안 설명회' 행사장을 점거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행사를 취소하고 설명회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사진제공=전국대학노조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가 지난 10일 교육부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시안 설명회' 행사장을 점거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행사를 취소하고 설명회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사진제공=전국대학노조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 대상 대학 선정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신입생 충원율 평가 비중이 종전보다 3배나 커진다. 대학들이 정원 규모를 스스로 감축하도록 유도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규모 미충원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 기본계획을 10일 공개하고 대학들로부터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대학 진단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해 3년 단위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정원 감축, 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교육부의 평가다. 2015년에 1주기 평가가, 2018년에 2주기 평가가 종료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학구조개혁평가로 불렸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학진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교육부가 설계한 3주기 진단은 1, 2주기와 달리 대학 정원의 감축 규모와 방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되, 정부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평가를 강화해 적정 규모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앞선 1·2주기 평가의 경우 교육부가 대학을 일괄 평가한 뒤 정원 감축이 부실한 대학 등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해 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021년 평가에선 대학 자율의사에 따라 기본역량진단 평가 참여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평가 참여를 대학에 맡겼지만,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의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신입생 충원율 비중 3배로…‘정원감축’ 압박 본격화

교육부의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추이를 보면 2018학년도 규모의 대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2024년에는 약 12만 명의 미충원이 예상된다.

3주기인 2021 대학 진단은 학령인구 감소에 초점을 맞춰 충원율 지표를 대폭 확대했다. 대학이 자체 계획에 따라 적정 규모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2018년 2주기 평가에선 전체 75점 만점 중 10점(13.3%)이 충원율 점수였지만, 3주기 평가에선 100점 만점 중 20점(20%)으로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이 중 신입생 충원율이 12점, 재학생 충원율이 8점으로 각각 배정됐다. 신입생 충원율 비중은 지난해 진단 때(4점)보다 무려 3배 커졌다. 

재학생 충원율은 지난 8월 발표한 시안에선 배점 10점을 계획했지만 대학들의 의견을 수용, 이를 2점 낮춘 8점을 반영키로 했다. 신입생 충원율의 경우 대학이 정원감축을 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재학생 충원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3주기 방안을 통해 정부 의도대로 ‘적정 규모’화와 교육의 질 제고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대학 자율 혁신’을 중시한다는 정책방향에 따라 대학 스스로 정원 감축 규모를 결정하도록 했지만 충원율은 대학 자체적인 노력보다 학령인구, 대학 소재지와 규모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학령인구 및 입학자원 감소 추이. 제공=교육부
▲ 표) 학령인구 및 입학자원 감소 추이. 제공=교육부

▷ 대학진단 권역별 평가로 선정

학령인구가 적어 평가에 불리한 비수도권 대학을 배려하기 위해 주요 진단 지표에서 충원율 만점 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대학진단에서 권역별 평가를 진행키로 했다. 또 전체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 뒤 대학별 정원감축 비율을 할당했던 종전과 달리 2021년부터는 원하는 대학만 평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진단에서 재정지원 대학의 90%를 △수도권 △대구·경북·강원 △충청 △호남·제주 △부산·울산·경남(일반대학 기준)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선정한 뒤 나머지 10%를 전국단위로 뽑을 계획이다. 이럴 경우 대학 간 경쟁은 사실상 권역 내에서 이뤄진다.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만 일반재정지원 예산을 지원한다. 선정 대학은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 예산 8600억 원을 배정받을 수 있다. 반면 탈락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특수목적사업 참여와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만 지원받을 수 있다. 아예 진단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은 특수목적사업 중 국책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충원율 평가에서는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해 신입생 충원은 물론 재학생 충원율도 평가한다. 자퇴생 등 중도탈락 학생이 많을 경우 신입생 충원율 지표가 높아도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도 일정 수준 이상 재학생 충원율을 충족한 경우에만 재정 지원을 계속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권역별 재정지원 대학 선정 비율이 늘어 지역대학의 선정 가능성이 높아졌다지만, 지역대학 육성 방안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 몇 개 대학에 지원을 늘린다고 지방대 위기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 강사고용지표 반영, 교원 확보율 낮아도 불이익

3주기 평가에서는 전임교원 확보율에 대한 배점이 상향된다. 교육부는 전임교원확보율 배점 비율도 기존 13.3%에서 15%로 높이기로 했다. 다만 대학별 여건을 감안해 만점기준은 수도권·비수도권을 구분해 적용키로 했다.

강사 대량해고를 막기 위한 지표도 기존 2~3점에서 5점으로 비중이 커진다. 총 강좌 수를 줄이거나 비전임 교원 대비 강사 강의 비율이 낮은 대학은 감점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과정 개선 항목에도 배점 20점을 부여했다.

교육부는 2021년 5~7월 대학진단을 실시하고 같은 해 8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정여건이나 충원율 등을 평가해 먼저 하위권 대학인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거른 뒤 신청 대학만 평가해 재정지원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대학진단평가 결과는 3년간 유효하다. 한번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면 교육부로부터 3년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부실대학은 3주기 진단과는 별개의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거를 예정으로 2021년 4월 중 선정키로 했다. 매년 점검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은 재정지원 제한을 해제하게 된다.

▲ 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의한 조치. 자료=교육부
▲ 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의한 조치. 자료=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고 있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올해 8월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한 바 있는 교육부는 10일 오전 대전 서구 KT대전인재개발원에서 전국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2021년부터 시행 예정인 진단의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본계획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와 전국교수노조의 행사장 점거로 무산됐다.

대학노조·교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3주기 진단 계획은 박근혜 정부의 1·2주기 대학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대학 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한 대학 구조조정의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학생충원에 큰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은 굳이 대학 정원을 줄일 필요가 없는 반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아야 하는 지방 전문대, 중소규모 대학들은 충원율 지표를 맞추기 위해 정원을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원감축은 지역대학으로 집중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현행 계획대로라면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대학은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폐교 위기로 내몰린다”며 “지방대의 4분의 1 이상, 많게는 100여개의 대학이 폐교로 내몰려 지역이 붕괴하고, 수도권 편중 현상과 지역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 측은 수도권 및 대규모 대학의 정원 규제가 핵심이 되어야 함에도 “‘수도권 대학 학생 총정원제’ 도입 같은 실효성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정부의 기본계획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포기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지방 죽이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앞서 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고등교육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기본역량진단 개편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교협은 대정부 건의문에서 충원율 지표 강화로 이의 충족을 위한 온갖 편법 발생이 우려될 뿐 아니라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대로 시행할 경우, 경쟁력 있고 특성화된 대학, 재정이 건실한 대학도 획일적 기준에 의한 상대평가로 탈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특히 "지역의 중소 사립대학은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됨으로써 대학의 다양성과 건강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들과 교육부 측은 이날 의견 교환 시간을 가졌으나 타협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날 행사와 함께 이튿날 예정돼 있던 전문대학 대상 설명회도 취소하고, 대학노조·교수노조 측 의견을 들은 후 추후 일정을 새로 잡기로 결정했으며 3주기 진단에 대한 대학의 의견은 일단 공문으로 수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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